현대백화점 "이번엔 렌털사업"…정지선, 유통채널 확장 '공격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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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생활가전 렌털사 설립현대백화점그룹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렌털사업에 뛰어든다. 현대홈쇼핑을 통해 렌털전문법인인 현대렌탈케어를 이달 중 설립하는 방식이다. 회장 취임 8년째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의 가세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이 주도하는 국내 렌털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현대百, 홈쇼핑 통해 렌털시장 출사표현대백화점은 계열사 현대홈쇼핑이 600억원을 출자, 지분 100%를 가지는 현대렌탈케어를 이달 설립한다고 14일 발표했다. 5년 내 가입자 수 100만명,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포 프리미엄아울렛 개장
시내 면세점 진출 추진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신사업 도전
현대홈쇼핑 판매 노하우 활용
가구·매트리스 등으로 품목 확대…5년내 매출 2500억 목표
코웨이·청호 등 판도변화 촉각
1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현대홈쇼핑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에서 출발해 가구, 주방용품, 매트리스·에어컨 관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별도 방문판매조직도 꾸릴 예정이다. 백화점 안에 렌털숍(대리점)을 열거나 온라인 채널인 현대H몰, 리바트몰 등을 통해 영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현대백화점그룹의 기존 사업과 렌털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은 이미 2013년부터 생활가전 렌털 방송을 시작했다”며 “노하우가 만만찮아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홈쇼핑 전체 매출에서 렌털이 차지한 비중은 약 5%로 1400억여원에 이른다.
○신성장동력 & 유통 채널 확장 포석현대백화점그룹이 렌털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생활가전 렌털시장은 2010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7000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김창섭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상무는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뀌면서 렌털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유통채널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유통사업에서의 행보도 공격적이다. 올 들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을 개장하고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연내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현대백화점 신도림점·송파점을 열고, 오는 8월 3년 만에 경기 판교에 신규 점포도 개점할 예정이다. 2017년 정지선 회장의 취임 10주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파괴력 어느 정도일까’ 업계 촉각
현대백화점의 행보에 대해 기존 렌털전문회사들은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LG전자가 몇 년 전 렌털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큰 재미를 못 봤다”며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렌털은 판매보다 관리가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제대로 된 방문판매 조직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생활가전 렌털시장은 코웨이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코웨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정수기 43%, 공기청정기 34%, 비데 29% 등이다.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교원그룹, 쿠쿠전자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