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식어가는 中…"경착륙" vs "하반기 반등" 전망 엇갈려

중국, 1분기 성장률 7%…6년 만에 최저

하강기류 탄 中 경제
산업생산·소매판매 등 각종 지표 모두 내리막길

추가 부양책 기대 고조
성장률 발표 후 中증시 상승…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중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6년 만의 최저치인 7.0%로 내려앉음에 따라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동원했다. 올해 초만 해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7.3%)보다 호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경기 둔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간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리커창 “경기 하강 압력 확대”

중국이 올 1분기 달성한 경제성장률 7.0%는 세계 주요국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7.0% 안팎)에도 부합한다. 당초 중국사회과학원과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1분기 성장률을 6.8% 정도로 전망했던 것에 비춰보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방향성이 문제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작년 2분기 7.5%를 찍은 뒤 3분기와 4분기에는 7.3%로 낮아졌고, 올 1분기에는 간신히 7.0%에 턱걸이했다.부문별 지표도 모두 악화되고 있다. 작년 4분기 11.7%였던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 1분기 10.6%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산업생산 역시 7.6%에서 6.4%로 둔화됐다. 주택부문 투자 증가율의 경우 작년 한 해 누적으로 9.2%였으나 올 1분기에는 5.9%로 급감했다. 이 같은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면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성장률로 설정한 7.0%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경제 사령탑’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은 이제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강조해왔다. 어느 정도의 성장세 둔화는 감수하고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개혁을 힘 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리 총리는 지난 14일 중국 내 주요 경제 전문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 중국 경제는 경기하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하며, 이로 인한 도전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기 둔화 추세를 리 총리 역시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경기부양책 별 효과 발휘 못해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초 출범 이후 가급적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작년 11월22일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다시 경기부양에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서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한 차례 낮췄고,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월별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이 같은 경기부양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 6.8%였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3월 들어 5.6%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13.9%→13.5%) 및 소매판매 증가율(10.7%→10.2%)도 둔화되고 있다.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놨다. 중국 경제가 정부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중·고속 성장’이 아닌 ‘급격한 성장세 둔화’ 상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6.5%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금융컨설팅회사 패섬의 분석을 인용, “중국 경제는 이전의 성장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 경착륙 국면에 처했다”며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발발 직전의 미국 부동산시장 상황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 상태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판젠핑 중국국가정보중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점차 나타날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 역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기가 추가 둔화 조짐을 보일 경우 중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분기 성장률 발표 직후 한때 4175.49까지 뛰었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대비 1.24% 내린 4084.16에 마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