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흐름 바꾸는 '뉴 노멀'] 수도권 외곽 소형이 집값 상승 주도…용인 수지 59㎡ 사상 최고가

(2) 주택가격 '상승 공식'이 달라졌다

2000년대엔 강남이 끌었는데…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가 매매가격 상승세 이끌어
분당 소형, 2년전 반등했지만 대형 아파트는 아직 제자리
전세난민 빌라로 대거 이동
지난주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하남시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하남은 지난 한 주 동안 0.49% 상승했다. 서울 강동구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급등하자 매매가격이 밀려 올라가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한다. 김승훈 하남 풍산박사공인 대표는 “하남시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74.5%로, 서울·수도권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서울 강남권에서 밀려나는 전세 수요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함께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원인이 달라졌다. 2000년대 초·중반 집값 급등기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시세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수도권시장 반등기에는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전세가율이란 전셋값을 매매가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작다는 의미다. 실수요자들이 과거엔 미래의 시세차익을 겨냥해 집을 샀지만 지금은 사용 가치를 매입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세가율 높은 중저가 주택이 주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도권 집값 반등기의 집값 바로미터는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였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오르면 강남 일반 아파트,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북, 1기 신도시 주변 지역 순으로 시차를 두고 가격이 상승했다.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쳐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도권 집값 반등기에는 집값 상승 순서가 거꾸로다. 경기지역 외곽→1기 신도시→서울 강북 순으로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턱밑까지 치솟은 순서대로 아파트값이 반등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들어 서울·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3.5%), 광명(3.4%), 김포(3.26%), 하남(3.04%) 등 경기도 일색이다. 안동건 차트연구소 대표는 “최근 수도권 집값의 특징은 전셋값에 떠밀려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항후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도 전세가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

평형별로도 아파트값 반등 순서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크기가 작을수록 먼저 오르는 패턴이다. 다양한 평형이 섞여 있는 성남 분당 서현동 현대아파트를 예로 들면 59㎡는 2013년 9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그해 8월 3억7250만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같은 해 9월 3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84㎡와 114㎡는 9개월 뒤인 작년 6월부터 움직였다. 그러나 가장 큰 평형인 195㎡는 아직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수도권 외곽의 일부 소형 아파트 가격은 이전 최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가격에 도달했다. 경기 용인 수지 풍덕천동 동부 59㎡는 2007년 집값 급등기에 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춤하다가 2013년 여름부터 다시 급등해 현재 2억97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분당신도시 구미동 까치마을 롯데·선경 전용 51㎡는 현재 3억52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전 고점인 2008년 6월(2억9250만원)에 비해 6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1~2인 가구 증가에 전셋값 급등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중소형 주택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립·다세대주택 인기 상승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연립·다세대주택을 매입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 증가율을 유형별로 보면 연립·다세대주택(30.8%)이 아파트(22.8%)를 웃돌았다.

연립·다세대 신축 붐도 일고 있다. 신축 다세대주택은 도면만 나온 상태에서 다 팔릴 정도라고 개발업체들은 전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연립·다세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보니 다세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노후 단독주택부지 매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