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이번엔 '노동생산성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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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무원 유연근무제 도입…기업엔 아침형 근무 장려

◆20만 공무원 유연근무제 시행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무원 인사를 관할하는 인사원의 권고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유연근무제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는 ‘집중근무시간’을 정한 뒤 앞뒤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근로 형태다.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 자위대원 등을 제외한 20만명이 적용 대상이 된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기업도 유연근무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아침형 근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전 부처를 대상으로 7~8월 조기 근무와 정시 퇴근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은 지난 20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을 만나 기업이 아침형 근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3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일본상공회의소, 최대 노조단체인 렌고에도 이를 요청할 예정이다.
일부 기업에는 이미 하루를 일찍 시작해 빨리 끝마치는 근무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작년 5월부터 오후 10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는 대신 오전 5~9시 근무에 대해 ‘조조할증’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액연봉자를 대상으로 성과급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 연봉 1075만엔(약 1억원) 이상 금융, 종합상사 등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시간외 근무수당 없이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고급전문가제도’가 시행된다.
◆노동생산성 향상 시급
아베 2차 내각은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성장전략은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인 대규모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이어 국가의 장기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세 번째 화살이다. 2013년 발표한 성장전략은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하고 국가전략특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지난해에는 법인실효세율을 20%대로 인하하고 농업·의료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일본 정부가 올해 새로운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기로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마저 개선되지 않으면 아베 총리의 ‘2% 성장’ 목표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 육아 부담이 높거나 부모를 간호하는 사람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침형 근무 확산은 불필요한 야근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0달러로, 선진 7개국 중 가장 낮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