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초체력 고갈…한국, 저성장 고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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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국 경제 10대 위기 징후' 경고한국 경제가 20년 전 일본이 불황에 들어가던 때와 닮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수출 등 경제를 구성하는 네 가지 측면 모두에서 기초체력이 고갈되고 있어 저성장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론 한계가 있고 신성장산업 육성과 노동시장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20년 前 日 불황과 닮아
소비·투자 부진에 수출업종 고령화 뚜렷
기존 부양책으론 한계…신산업 창출·노동개혁 시급
◆소비는 줄고 투자는 둔화돼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한국 경제 3% 성장, 위기 징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소비 위축과 투자 둔화, 국가부채 증가, 수출 부진 등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할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한국 경제를 저성장으로 몰고 가는 10가지 징후를 제시했다.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징후로 꼽혔다. 가계부채 급증과 조세·사회보험 부담, 고령화에 따른 미래 불안 등 구조적인 요인이 가계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의 소비증가율도 최근 5년간 연평균 3.1%에 그쳤다. 전경련은 지난해 고소득층의 소비성향(62%)이 2010년 수준(65%)을 나타냈다면 지난해 총소비증가율이 2.8%에서 4.6%로 뛰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양적 측면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투자는 1996년 43.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8.9%까지 떨어졌다. 질적인 면에서도 부진하다. 전체 투자에서 신제품 생산과 설비 확장을 위한 ‘생산능력 확충’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8.4%에서 올해 71.3%로 내려간 반면 유지보수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14.9%로 올라갔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4.1%로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전체 R&D 투자의 66.9%가 반도체·전자·자동차 3개 산업에 집중돼 있고, 서비스업 R&D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최하위로 편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됐다.◆“신산업 키우고 노동 개혁해야”
국가채무가 1997년 60조원에서 지난해 527조원으로 급증했다는 것과 세입·세출 불균형으로 2021년부터 재정수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저성장 징후로 꼽혔다. 전경련은 국가부채 증가로 정부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재정확대 위주의 성장주도 정책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나라가계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해 주력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현상과 수출품의 단가는 내려가고 물량만 늘어나는 수출채산성 악화 추세 지속 등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금리 인하와 확대재정 정책 등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으로는 저성장을 탈출하기에 역부족”이라며 “근본적으로 신산업·신시장 창출 및 노동시장 효율성 향상 등 공급 측면 혁신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