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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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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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안되면 공공개혁은 끝장이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도 실패했다. 금융·교육 개혁은 손도 못댔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물거품이 될 위기다.노조와 개혁안 합의 힘들어
공무원연금개혁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뒤죽박죽되면서 더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처음부터 개혁의 추진 체계를 잘못 짰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드는 국민대타협기구나 실무기구에 공무원노조를 참여시킨 게 패착이었다. 현행 연금을 개혁하면 더 내든, 덜 받든 공무원들에겐 불이익이다. 자신들에게 손해인 개혁안을 사이좋게 모여서 만들자는 발상부터 환상이었다. 2007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공무원노조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려고 한다면 50년 걸려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답은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역사에 숨어있다. 1983년 공무원연금을 수술한 미국은 정부와 의회가 메스를 쥐었다. 2008년 연금개혁에 성공한 영국은 사회적·학문적으로 명망있는 전문가 세 명이 참여한 독립기구에서 개혁안을 만들었다. 그 다음 전국 순회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을 설득했다. 일본도 2012년 공무원연금을 바꿀 때 개혁방안은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정부가 만들었다. 개혁안 마련 때 노조 등 이해관계자를 직접 참여시킨 나라는 없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개혁안을 만든 뒤 노조와 국민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순서를 밟았다는 게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이다.정부안 만들어 설득해야
이 성공방정식에서 필수적인 게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노조 등 손해보는 당사자들을 설득해 개혁안을 관철시키는 건 정치권력의 몫이다. 그런 걸 하라고 국민들은 권력을 위임했다. 정부 여당이 이를 외면한다면 책임방기이고 배임이다.
지금도 늦진 않았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만든 뒤 공무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첫 단추는 2007년 12월 맺어진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협약의 독소조항부터 없애는 것이다. 단협엔 ‘공무원연금 정부안은 공무원단체와 협의를 거쳐 제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 과정에 공무원노조를 참여시킨 근거이기도 하다. 이 조항 때문에 2008년 공무원연금개혁위원회부터 공무원노조가 참여하면서 개혁은 한발짝도 못 나갔다.시간은 많지 않다. 올 하반기로 넘어가면 내년 4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선거를 앞두고 연금개혁에 성공하긴 하늘의 별따기다. 작년 국가부채 총 1211조원 중 절반에 달하는 524조원이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80억원의 국민 혈세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고 있다.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