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버튼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이클 캐릭의 부재가 뼈아팠던 맨유

▲ 캐릭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블린트(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4위팀과 12위팀의 대결.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고, 최근 페이스가 좋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세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그러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최근 6경기에서 맨유를 상대로 3승 2무 1패의 호성적을 기록한 에버튼은 자신감을 갖고 맨유 전에 임했고, 3-0 완승을 거두며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에버튼

에버튼의 전략은 명확했다. 선 수비 후 공격.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은 수비라인을 내리고 모든 선수를 수비에 가담시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중원에서 맞부딪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실점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로멜로 루카쿠와 제임스 맥카시, 로스 바클리, 아론 레넌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였다.

마르티네즈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기본적으로 맨유는 좌우 폭을 벌려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벌어진 틈으로 침투해 기회를 만드는 팀이다. 윙포워드가 풀백을 끌어내고, 그 사이로 공격형 미드필더가 침투해 제2, 제3의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맨유의 주된 공격 루트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이러한 패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마르티네즈 감독이 모든 선수를 후방에 배치하고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게 한 뒤, 지속적으로 공간을 메우며 맨유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경기에서 맨유가 시도한 슈팅은 총 17회였지만 유효 슈팅은 23.5%에 해당하는 4회에 불과했고, 무려 10번의 슈팅이 에버튼 수비의 블록에 막혔다. 에버튼의 수비 조직력이 얼마나 촘촘하고 효과적이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세 골을 터뜨린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37%에 그친 볼 점유율이 말해주듯이 공격 횟수 자체가 많지는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역습이 슈팅으로 연결될 정도로 공격의 효율이 높았다. 특히 데일리 블린트의 위치 선정 실수를 활용해 맨유의 미드필드 라인과 포백 라인 사이를 공략하는 맥카시와 바클리의 드리블은 맨유를 무너뜨린 일등 공신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는 마이클 캐릭의 부재가 뼈아팠다. 첼시전에 결장했던 블린트가 복귀했으나 캐릭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캐릭의 빈자리는 공수 양면에서 모두 드러났다. 우선 공격 상황에서는 앞 선으로 전진 패스가 공급되지 않아 에버튼의 수비를 흔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맨유의 상승세는 후안 마타와 안데르 에레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전개하는 우측에서의 오밀조밀한 조합 플레이와 마루앙 펠라이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좌측에서의 측면 돌파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에레라와 펠라이니에게로 전진 패스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맨유의 공격은 마타와 발렌시아, 애쉴리 영과 루크 쇼의 측면 공격에 의존하는 면이 커졌고, 단순한 공격 패턴으로 인해 에버튼의 수비를 뚫기는커녕 역습 기회를 허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수비적으로는 캐릭의 영리한 위치 선정과 판단력이 그리웠다. 어제 경기에서 블린트는 선제골 허용 장면에서 너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있다가 배후 공간을 허용했고, 수비 전환 상황에서도 수비에 가담하는 에레라, 펠라이니와의 간격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맥카시가 위험 지역에서 볼을 잡고 드리블할 수 있는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선제골 허용 상황뿐만 아니라 역습 장면에서 위치를 잘못 잡거나 전진 패스 루트를 끊지 못하는 등 경기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임무에 실패하는 모습이었다. 캐릭의 부재가 아쉬웠던 부분이다.

현대 축구는 공간 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비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투입하고 강한 압박과 영리한 커버 플레이로 공간을 내주지 않은 에버튼은 무실점 승리를 거둘 자격이 있었다. 반면 공격 상황에서 공간을 창출하지도, 수비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가 활용할 공간을 제거하지도 못한 맨유는 패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티네즈 감독의 영민한 전술 선택과 결단력이 캐릭이 빠진 맨유를 완벽히 무너뜨린 경기였다.


정진호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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