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9단의 라이벌 '천적' 박정환에 번번이 발목

"세계대회선 서로 응원하죠"
지난 2월12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제1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국. 1승씩을 올린 김지석 9단과 박정환 9단이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 초반에는 김 9단이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상대는 뒤집기에 능한 박정환. 결과는 314수 끝에 박 9단의 흑 1집 반 승이었다.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배에 이어 세계 대회 2관왕을 노리던 김 9단은 ‘천적’ 박정환 앞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박 9단에게 번번이 막판에 발목을 잡혔다. 김 9단의 바둑 인생에서 특별한 해였던 2009년에도 그랬다. 제5기 물가정보배에서 국내 기전 첫 우승을 일궜고 다승과 승률, 연승 부문 등 3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서 박 9단에게 3-0으로 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통산 전적은 6승18패. 한국바둑랭킹(5월1일)도 박 9단(1위)에 이어 2위다.그는 네 살 어린 박 9단에 대해 “신기하다”고 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본다고 하는데 바둑 말고 다른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해외 기전에 나가서도 이동하면서 바둑책을 읽어요.”

오랜 기간 선두를 다퉈온 만큼 라이벌 의식도 깊지만 세계대회에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이다. 김 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을 때 준결승에서 아깝게 탈락한 박 9단은 바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문자를 보고 감동받았다”고 했다.

김 9단이 천적인 프로기사도 있다. ‘독사’ 최철한 9단이다. 통산 전적은 13승11패로 우세하지만 2013년부터 김 9단만 만나면 내리 졌다. 7연패 끝에 지난 3월 제1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준결승에서 김 9단에게 15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김보영/최만수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