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비·헤이 주드…잠실벌 뒤흔든 '전설'의 열창
입력
수정
지면A32
73세 매카트니 첫 내한공연…160분간 37곡 불러73세의 폴 매카트니는 160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기타를 바꿔 메고 열창했다. 곡의 분위기와 사연에 따라 미리 준비한 기타였다. 비틀스 시절의 ‘페이퍼백 라이터’를 부를 때는 1960년대 녹음할 때 실제 사용했던 기타로 연주하는 식이었다. 곡이 끝나면 기타를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생큐(thank you)”를 반복해 외쳤다.
4만5000여 관객 '떼창'에 감격해 한국말로 "대박"
지난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 아웃 데어’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37곡을 쉬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불렀다. 비틀스 시절 시작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습관’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비틀스 시절 노래와 2013년 발매한 솔로 앨범 ‘뉴’의 수록곡을 오가는 레퍼토리 구성도 역동적이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4만5000여 관객은 ‘헤이 주드’ ‘렛잇비’ ‘예스터데이’ 등 비틀스 명곡을 ‘떼창’했다.그는 비틀스 4집 앨범에 수록된 ‘에잇 데이즈 어 위크’로 무대를 열었다. 뉴 수록곡인 ‘세이브 어스’와 비틀스 시절 곡인 ‘캔트 바이 미 러브’가 이어졌다. 첫 번째 아내인 린다와 함께 만든 밴드 ‘윙스’ 시절의 히트곡 ‘제트’를 부를 때 폴 매카트니는 겉옷을 벗어던졌다. 셔츠 차림이 된 그는 피아노로 자리를 옮겨 “(현재 아내인) 낸시를 위한 곡”이라며 ‘마이 밸런타인’을 선보였다. ‘1985’를 노래할 때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뛰어난 샤우팅 창법을 선보여 무대를 달궜다.
무대에 처음 나타나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매카트니는 숨가쁜 공연 중간중간 한국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넸다. “고마워요” “정말 좋아요” “존(존 레넌)을 위한 곡입니다” 등의 한국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손과 팔로 하트를 그리고, 팬들을 향해 “판타스틱(fantastic), 대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폭우는 아니었지만 객석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현대카드 측에서 준비한 우비를 입고 공연을 관람했다. “비가 내리지만 우린 상관 없어요. (비가 오면) 잔디에도 좋잖아요.” 매카트니의 농담에 관객은 환호로 화답했다. 앙코르 공연부터는 2층 이상 객석에 있던 관객들도 모두 일어섰다. 매카트니가 ‘예스터데이’를 부를 때는 휴대폰 불빛과 야광등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무대를 떠나기 직전 매카트니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함께 들고나온 태극기를 관객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아쉬워하는 관객을 향해 ‘전설’은 “안녕” 대신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