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남미서 연 2만t 리튬 생산 나선다

아르헨티나 LAC와 손잡고 내년부터 리튬 생산 추진
아르헨티나 카우라치 소금호수에서 근로자들이 리튬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리튬 추출 기술이 남미에서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6일 포스코와 아르헨티나 기업 리튬아메리카스(LAC)는 내년부터 현지 공장에서 연 2만t, 매출 약 2200억원 규모의 리튬 상업생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합작사 설립을 위한 기본합의서 서명을 앞두고 최종 조율 중이다. LAC는 자사가 보유한 카우라치 염호(소금 호수)에서 염수를 제공하고, 포스코는 이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포스코가 2012년 볼리비아를 시작으로 남미시장에 진출한 지 3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는 2차전지의 필수 소재다.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는 32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8%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위의 2차전지 생산국이지만 핵심 소재인 리튬은 전량 수입에 의존, 연간 800억원어치를 해외에서 사와야 했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리튬사업을 신소재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추출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이던 권오준 회장(사진)이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으로 탄산리튬 제조를 위한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국내외에 특허 출원한 리튬 추출 관련 기술만 30여건에 달한다.리튬은 소금호수나 육지에 광석 형태로 존재한다. 주로 남미와 중국에 집중돼 있다. 남미에는 소금호수가 넓게 펼쳐져 있지만 자연증발 방식으로 리튬을 추출하려면 최소 1년이 걸렸다. 포스코는 염수를 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1개월 내 리튬을 초고속으로 추출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 회수율도 20%에서 90%로 높였다.

존 카네이사스 LA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포스코 연구팀과 실증 플랜트를 가동한 결과 연 200t의 리튬 추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내년부터 아르헨티나를 세계 리튬 생산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포스코는 남미에서 세 차례에 걸쳐 파일럿 플랜트 실증에 성공했다. 1차는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 2차는 칠레 마라쿤가 염호, 3차는 아르헨티나 카우라치 염호에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리튬 사업을 지정, 포스코의 상업생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리튬 추출 기술이 남미 3개국에서 연달아 인정받으면서 포스코는 탄산리튬 시장 공략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튬 생산업체 리테아와는 지난해 7월 지분 투자 및 기술 이전 조건으로 150억원의 이전료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합작이 진행되면 이 지역에서도 연 2만t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권 회장은 리튬을 포스코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지목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리튬 니켈 등 신소재를 중점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며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리튬이기 때문에 연내 상업화를 추진해 포스코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세계 리튬 매장량의 73.5%인 840만t이 묻혀 있다. 이들 3국을 ‘리튬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