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두고 서울 고속터미널 꽃시장 가봤더니 … 중국산 카네이션 많이 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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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첫 차를 타고 오전 6시께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와 경부터미널 건물 3층으로 올라가니 꽃시장이 곧바로 나왔다. 입구로 들어서자 진한 꽃 향기와 풀 냄새가 풍겨왔다. 이른 아침부터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문지로 감싼 꽃다발을 들고 다녔다.고속터미널 꽃 시장은 밤 12시에 문을 열어 오후 1시쯤 폐장한다. 도매상인들은 주로 꽃이 들어오는 늦은 밤 이 곳을 찾는다. 꽃이 들어오는 날은 월, 수, 금요일이다.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폐장 전까지다. 조금 한적하게 꽃을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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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을 한 바퀴 돌며 카네이션 가격을 물어봤다. 같은 품종의 카네이션이라도 상가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랐다. 꽃의 개화 정도, 수요에 따라 가격이 계속해서 변동한다고 한다. 중간 중간 중국산이라고 표기된 카네이션이 보였다. 중국산이 대부분인 남대문 대도 꽃 도매상가에 비해 고속터미널 꽃시장은 국내산 카네이션이 더 많은 듯했다. 현행법상 수입산 절화류는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 해야 한다. 카네이션, 장미, 백합 등이 절화류에 속한다. 소·도매시장이다 보니 한 단을 기준으로 꽃을 판다. 보통 꽃은 한 단에 열 송이이다. 카네이션은 한 단에 스무 송이다. 중국산 카네이션은 한 단에 평균 8000원, 국내산은 1만원부터 2만 원까지 다양했다.
국내산과 중국산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장안원예의 젊은 주인은 “과거 국내산 카네이션의 점유율이 훨씬 높았는데 최근 들어 중국산 카네이션의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이 저렴해 중국산 점유율이 높아하고 있다” 며 “국내 화훼농가도 예전보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이 많이 안보이는 이유는 전날 이미 물량이 다 빠져 잘 안보이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3 화훼지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카네이션 생산량은 4595만 본으로 2005년 1억2297만 본에 비해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네이션 수입액은 45% 증가했다. 2003년 총 수입액중 8% 불과했던 중국산은 2013년 30%까지 높아졌다.꽃시장은 졸업시즌인 2월과 가정의 달 5월이 대목이다. 하지만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계속줄어들어 2월과 5월 특수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17년 동안 꽃장사를 해온 정아원예의 사장은 “지난해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해 매출이 급감했다” 며 “올해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작년보단 훨씬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카네이션을 오래 보관하는 법을 물었다. "많은 플로리스트들이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화병에 물을 채울 때 설탕을 조금 섞어주면 꽃이 조금 더 오래 간다"고 답했다.
취재를 마치고 꽃시장에서 나왔다. 옷에는 향긋한 꽃냄새가 배어있었다. 예전에 비해 카네이션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꽃시장은 여전히 그 의미와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넘쳤다.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