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가지 씌울 궁리나 하는 한국 관광의 당연한 추락

관광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엊그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여행·관광 경쟁력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크게 뒤진다. 역대 정부마다 관광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외쳐온 게 쑥스러울 정도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관광·콘텐츠 부문을 포함해 7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 15조원의 투자를 유인해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 1200만명 수준인 해외관광객을 2000만명까지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2013년 세계 25위에서 올해 29위로 미끄러졌다. 중국이 2년 새 45위에서 17위로, 일본도 14위에서 9위로 뛴 것과 비교된다. ‘바가지 상혼’ 등으로 가격경쟁력(109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정보통신 여건(11위), 위생(16위), 교통인프라(육상 해운 21위) 등에서 다진 경쟁력을 갉아먹은 게 큰 요인이다. 천연자원(107위)이 부족한 게 여전히 단점이지만 이는 어제오늘의 핸디캡도 아니다. 싱가포르(11위), 홍콩(13위)이 관광 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국제관광산업은 더 이상 천연자원이나 문화유산만으로 판가름나지도 않는다. 일본이 친절한 응대와 독특한 문화로 전체 순위를 끌어올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데도 규제법규가 경쟁력 하락을 부채질한다.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허용하자는 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해를 넘겨 계류 중이다. 의료·보건 관광객을 연간 21만명에서 50만명으로 끌어올리자는 계획도 원격진료를 막는 의료법 등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관광경쟁력은 결국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다. 맛기행을 중시하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냉면 한 그릇으로 때우라 하는 식이어서는 부족하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회의 인식 부족도 아쉽지만 여전히 ‘한탕’에 골몰하는 시민들의 얼치기 장삿속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