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 "일하는 방식부터 마음가짐까지 CEO 먼저 글로벌 체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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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 실험삼성그룹이 전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해외 정기 근무를 추진하는 것은 ‘체질부터 글로벌화돼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갑작스러운 입원에 따라 삼성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 이 부회장은 틈날 때마다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이전까지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외형적인 부문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일하는 방식부터 기업 문화, 마음가짐까지 글로벌화돼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의지라고 삼성은 전했다.
CEO, 해외 정기 근무
글로벌 흐름 파악, 현지업무 처리…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부터 시작
외형은 이미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해외매출 비중 90% 넘어…임직원 절반이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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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 비해 내부의 글로벌화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삼성 최고경영진의 판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 중 하나가 ‘CEO 해외 정기근무’다. 삼성 전자 계열사 CEO들은 앞으로 두 달에 한 번 미국 실리콘밸리, 뉴욕 등 해외사업장에서 정기적으로 근무한다. 이곳에서 현지 직원들과 근무하며 해외사업을 직접 챙기게 된다. 또 업계 글로벌 명사들을 만나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글로벌 시장 동향을 실무진의 보고서를 통해 받아봤다면, 이제는 CEO가 직접 해외에서 글로벌 시장 흐름을 읽고 미래 사업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해외 정기근무엔 삼성전자의 부품사업(DS)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이 먼저 나선다. 경영지원(이상훈 사장), 법무(김상균 사장), 홍보(이인용 사장) 등 삼성전자 지원조직 사장도 함께한다. 이후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CEO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 제도를 해외에 임직원을 파견하는 ‘지역전문가’ 제도와 함께 삼성의 대표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글로벌화된 실무진을 양성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CEO를 본격적으로 양성하러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은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삼성 임원이면 매년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임원 교육에 ‘글로벌 마인드 셋(global mind set)’이라는 과목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수업에선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에티켓, 태도, 의전 등을 익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