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포스코…'플랜텍 처리' 채권단과 갈등 증폭

포스코 '밑 빠진 독 물 붓기'…증자 참여하면 배임혐의 우려
"포스코 믿고 대출해줬는데"…채권단, 적극 지원 촉구
포스코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회사 포스코플랜텍의 구조조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채권단과의 갈등 증폭을 무릅쓰고 포스코플랜텍 지원을 끊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포스코는 지난달 말 손자회사 포스하이알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채권단을 찾아 포스코플랜텍의 자율협약 및 워크아웃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플랜텍이 현재 금융권에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 원리금은 총 595억원. 포스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의 지원 의지를 믿고 계열사에 자금을 대 준 채권단은 “대주주인 포스코가 더 적극적인 의지(자금 지원)를 보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올해 재무적 성과 창출을 경영 목표로 내건 권오준 회장에게 포스코플랜텍은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2900억원 유상증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포스코플랜텍 경영난 해소에 들인 돈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할 때도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져 임시이사회까지 연 끝에 가까스로 지원이 결정됐다”며 “회생 기미가 없는 회사에 또 돈을 쏟아부을 경우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철 본연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매각 대상”이라고 밝히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포스코특수강, 시멘트 원료 회사인 포스화인, 유통부문 베트남플라자 마산백화점 등 매각으로 2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 강도가 더 세졌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필요할 경우 청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 46개 중 절반 이상인 29곳이 순손실을 냈다. 그중 포스코플랜텍이 2790억원, 비철금속 소재회사인 포스코엠텍이 1000억원의 적자를 냈다.포스코플랜텍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계열사로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왔다. 현재 부채는 5304억원, 부채비율은 245.6%에 달한다.

포스코가 채권단과 합의하지 못해 부실 계열사가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포스코그룹 전체의 신용도와 평판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비핵심, 비우량 계열사에 대한 포스코의 지원 의지가 사라지면 포스코를 믿고 계열사에 대출해 준 금융권은 대출금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포스코플랜텍 지원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드는 증거가 발생하면 그룹사 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