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황제株' 속살 공개 코 앞… 옥석가리기 빌미될까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성적 공개를 앞두고 화장품주(株)로 대표되는 매출성장주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모바일, 헬스케어 등 증시 주도주가 매출성장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올 들어 증시 초점이 매출에서 이익으로 옮겨가고 있어,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매출 성장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액면분할로 아모레퍼시픽의 유동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오는 14일 발표되는 1분기 실적을 통해 이익 성장성을 확인시키지 못한다면 매도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 매출 1조1996억원·영업이익 2476억원 전망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컨센서스)은 각각 1조1996억원, 2476억원이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74%, 40.92% 증가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 실적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 채널 화장품 매출이 100% 넘게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에서는 그러나 1분기 아모레시픽의 실적 관전 포인트는 매출 성장보다 이익 성장 규모와 그 지속 가능성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증시 전체의 이익 모멘텀이 회복되고 있고 이익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는 등 관심이 매출 성장에서 이익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화장품, 헬스케어 등 매출성장주는 작년 한해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증시 전체 어닝 쇼크와 이익 부진이 겹치며 보이지 않는 이익보다는 매출 성장에 투자자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향 매출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매출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며 "하지만 올 1분기 실적 시즌에 접어들어 증시 관심은 매출이 아닌 이익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논란이 된 내츄럴엔도텍의 급락으로 매출성장주의 옥석가리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부진했던 슈피겐코리아의 급락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진단이다.전날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슈피겐코리아는 '어닝 쇼크'라는 혹평 속에서 이날까지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통해 몸값을 낮췄다는 점도 이번 실적 결과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350만원을 넘는 황제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은 5000원이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해 지난 8일 증시에 재상장했다.

액면 분할은 주당 금액을 낮춰 보다 많은 주주들에게 매매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 축소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8일 이후 전날까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1531억원, 2664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 빌미를 찾으려는 분위기"라며 "1분기 실적으로 이익 가시성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액면 분할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이 이들의 매도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화장품주로 대표되는 매출성장주의 옥석가리기 빌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 중국發 성장 모멘텀 지속…밸류에이션은 부담

투자업계 한편에서는 중국발(發) 수요가 견인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 중 중국 현지에서의 장기 성자에 가장 적합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 시설은 물론이고,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설화수, 라네즈, 에뛰드 등)를 판매할 채널과 마케팅 리소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지에서의 영업레버리지 확대 시 긍정적인 효과가 가장 큰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부터 면세 채널의 기고 효과로 인해 성장 모멘텀(동력)이 둔화될 순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고성장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견고한 내외국인 여행 수요와 객단가 상승을 통해 면세 채널의 초과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 본토로 대응이 되는 업체를 선별해야 한다"며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충족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 법인 성장으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목표주가를 올려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