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일본, 기는 한국] '양적완화' 아베노믹스 뒤엔 뼈 깎는 구조개혁·규제철폐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규제개혁 배워라"

노동·의료·농업 3대 분야 통 크게 풀어
총리만 승인하면 법 개정 없이 '규제특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9월 아베노믹스에 대해 “막다른 골목에서 비싼 윤전기를 돌리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상황이 바뀐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지속성장 정책)을 쏜 이후부터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 철폐 정책이 포함된 세 번째 화살은 ‘2분기 연속 경제성장’이라는 바람을 타고 경기 회복이란 과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기업 맞춤형 규제 완화가 핵심
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의 핵심은 규제개혁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아베 총리는 ‘통상적 규제개혁’ ‘국가전략특구 지정’ ‘기업 맞춤형 규제개혁’ 등 세 분야로 세분해 규제개혁 과제를 추진 중이다. 통상적 규제개혁 부문에선 의료, 농업, 고용·노동 세 분야를 중점 개혁 분야로 선정했다. 고용·노동 분야의 규제개혁은 노동시간·고용 관련 규제 완화, 외국인 노동력 수용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유연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대표적인 게 정규직과 고용 보장 수준은 같지만 근무지역, 시간, 직무는 비정규직처럼 한정돼 있는 ‘한정 정규직’ 확산이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무기고용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선 의료법인 경영 효율화와 비영리 지주회사 설립을 담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농업 분야에선 농가 소득을 보장하는 미곡제도의 개혁, 기업이 농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농지를 빌려주는 농지은행 설립 등을 통한 ‘농업의 6차산업화’를 지향한다.기업 규제개혁의 초점은 ‘기업 맞춤형 전략’에 맞춰져 있다. 기업이 신규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한 뒤 규제특례를 요청하면 정부가 심사 후 승인하는 전략이다. 국가전략특구 지정은 지역 강점을 고려해 특구를 지정하고 토지 이용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절차 간소화로 규제 완화 ‘가속’

일본 정부는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규제 완화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기업 맞춤형 규제특례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고쳐 적용된다. 총리가 승인하면 법 개정 없이 즉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체 도시바는 지난달 말까지 가스용기 초음파 검사 허용 등 7건의 규제특례 조치를 건의해 아베 총리의 승인을 받았다.국가전략특구 지정과 관련해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장, 국가전략특구담당장관,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국가전략특구회의’에 지자체장이 국가전략특구 지정 및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 총리는 이를 조율해 국가전략특구법에 반영한다. 지자체의 사정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장이 직접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산업 경쟁력이 잘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화로 발생한 유휴 농경지를 활용하기 위해 농업개혁특구 지정을 요구한 야부시(市)와 평야지대라는 지형적인 특성을 활용해 농업실천특구 지정을 제안한 니가타시가 대표적이다. 오릭스그룹은 야부시와 공동으로 농업생산 법인을 설립해 유기농 채소 생산·가공·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업체 로손은 농업생산 법인인 로손팜니가타를 설립해 니가타시에서 쌀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역 맞춤형 규제 완화 시행해야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제고에 핵심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투자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점 △성장전략을 법제화해 이행 과정을 점검하고 있는 점 △지자체와 기업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개혁’을 하고 있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일본 성장전략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국회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배경으로 성장 관련 전략을 법제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도 작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한 성장전략을 법제화 관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사회단체의 이해 상충이 없는 분야에선 규제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되 지역개발에선 지역의 산업적인 강점 등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