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기차·우주선…상상을 실현시키는 머스크의 도전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지음 /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584쪽 / 1만8000원
전자금융 시대를 연 페이팔, 스포츠카로 전기차 혁명을 일으킨 테슬라, 최초의 민간 우주왕복선을 만든 스페이스엑스와 태양광 패널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솔라시티.

스티브 잡스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이자 모험가인 일론 머스크(사진)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는 우주와 자동차, 태양에너지, 인터넷 등 각기 다른 산업 분야에서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 이 결과물은 사업적 가치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머스크의 첫 공식 전기다. 저자는 머스크와 모두 30여 시간에 걸쳐 인터뷰하고 지인들의 이야기와 각종 자료, 기록을 취재해 그의 삶과 사업 여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쳤다. 12살 때 이미 컴퓨터와 과학에 상당한 재능을 보이며 비디오게임을 스스로 만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남아공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퀸스대와 펜실베이니아대를 다니며 태양광 발전과 축전기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재생에너지와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머스크는 자신이 찾고 있던 기회와 야심을 채울 수 있는 장소를 실리콘밸리에서 발견했다. 인터넷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감지하고 ‘Zip2’라는 인터넷 기업정보사이트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1999년엔 온라인 금융회사 엑스닷컴을 창업해 경쟁사인 페이팔과 합병한 뒤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에 팔았다. 그의 야심을 실현할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머스크는 먼저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했다. 많은 사람이 쉽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싸고 효율적인 로켓을 만드는 ‘우주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목표로 삼았다. 창고에 로켓 공장을 짓고 최고 엔지니어들을 모았다. 태평양의 한 섬을 빌려 수년 동안 발사실험을 한 끝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스페이스엑스는 보잉, 록히드마틴 같은 대형기업과 비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세계 상업 발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러시아와 중국의 로켓 발사 가격보다 낮아 위성을 띄우고 싶어하는 국가와 기업 고객이 몰려들었다.

머스크는 전기차가 장난감 취급받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2000년대 초반 대부분의 전기차는 10시간 가까이 충전해야 느린 속도로 100㎞밖에 달리지 못했다. 그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인수해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기로 했다. 노트북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동차용으로 쓰면 훨씬 용량이 크고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로켓과 전기 슈퍼카 개발에 페이팔 매각으로 번 돈을 다 쏟아부었다. 중간에 파산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마침내 2012년 모델S 세단이 나오자 세상은 열광했고 주문이 쏟아졌다.

머스크는 인터넷으로 공간의 한계를 넘고, 태양에너지로 유한한 자원을 보호하며, 지구 너머 대안을 찾기 위해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저자는 “머스크는 천재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순수할 정도로 목표에만 몰입했다”며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