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어망으로 연어양식…고 구자명 '10년 집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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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성공
수중 12~13m에 어망 설치
온도 낮춰 냉수성 어종 양식
항균 성능으로 폐사율 줄여


연어 양식에 사용되는 동합금어망은 ‘한국의 구리왕’으로 불리던 고(故)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사진)의 숙원 사업이었다. 구 전 회장은 2005년 LS니꼬동제련 부회장에 취임한 뒤 국제구리협회(ICA) 이사로 활동하면서 보다 많은 곳에서 구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슈퍼 박테리아를 예방하는 ‘동합금어망 도입 및 설치 확대’와 ‘동 항균성 병원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2009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국내 황동봉 생산 1위 기업 (주)대창, ICA 관계자, 수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략 회의를 열었다. 그는 “동합금어망이 해양오염을 줄이고 어업 생산성도 높이는 꿈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실은 2011년부터 나타났다. 경남 통영 욕지도 참돔 양식장을 시작으로 제주도 일대와 동해안까지 동합금어망 사용이 확장됐다. 일반 나일론어망은 해조류와 수중생물이 달라붙어 6개월에 한 번 ‘망갈이’를 해야 하지만, 구리합금어망은 10년간 물속에 넣어둬도 이물질이 끼지 않았다. 초기 투자 비용은 일반 어망에 비해 4배 이상 비싸지만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망갈이 비용이 들지 않아 5년 뒤면 더 저렴해진다. 이현우 ICA한국지사장은 “무게 8t 이상의 구리어망은 여름철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양식업자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동합금어망을 향한 구 전 회장의 노력이 추운 지방에서만 살 수 있는 연어 양식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동산업계 최고 권위인 ‘올해의 카퍼맨’(The Copper Man of the Year)상을 받은 구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6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성=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