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식서 편지 읽으며 울먹인 '딸 바보' 황교안

딸 성희 씨, 현직 검사와 화촉
"사랑한다고 더 많이 표현할 걸"
청첩장 안 돌렸는데 하객 북적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 결혼식장. 하객으로 북적였지만 축의금 테이블이나 방명록은 없었다. 식장 입구의 안내 푯말에도 혼주 이름이 없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사진)의 딸 성희씨(29)의 결혼식장 모습이다.

성희씨는 이날 황 후보자의 성균관대 법대 후배인 조종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32·사법연수원 40기)와 결혼했다. 황 후보자는 조용하게 결혼식을 치르겠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은행원인 성희씨 역시 결혼 소식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식권은 가족과 친지 등에게만 미리 나눠줬고 따로 여분을 준비하지 않았다.그러나 총리 지명에 따른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식장은 하객으로 북적였다. 300석 규모의 식장 안이 꽉 차 복도에까지 사람들이 있었다. 식장 내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단상 왼쪽 정면에 놓였다. 김진태 검찰총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보낸 화환도 있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화환을 보냈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황 후보자를 ‘김기춘 아바타’라고 비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고 72회 졸업 동문으로 40년 지기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일찍 식장을 찾았다. 그러나 황 후보자가 혼주 인사를 생략하면서 만나지는 못했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 등 법무부 간부들이 황 후보자 대신 하객을 맞았다. 후임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 법조계 인사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등도 식장을 찾았다. 주례는 성균관대 법대 출신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황 후보자는 결혼식이 시작되기 약 24분 전인 오후 5시36분께 식장에 왔다. 그는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으로 하려고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객들에게는 “미안해요.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라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평소 성희씨를 ‘천사같이 착한 딸’이라고 말해온 황 후보자는 이날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와 3분 동안 직접 읽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를 지휘해온 황 후보자지만 딸 앞에서는 여지없는 ‘딸 바보’였다. 황 후보자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길을 너와 함께 걸어내려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아빠, 그리고 엄마는 널 많이 사랑했는데 같이 사는 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구나.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더 자주 말할 걸. 더 깊이 마음을 줄 걸.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할 걸”이라고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황 후보자는 편지를 읽는 도중에 세 번 이상 울먹였고 성희씨도 눈시울을 붉혔다. 황 후보자는 편지에서 “이제는 지금껏 가보지 못한 새 인생 길로 나아가렴.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널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하게 됐으니 기쁨도 크구나”라고 축복의 뜻을 전했다. 강 법원장이 “많은 결혼식에서 어머니가 우는 것은 봤는데 아버지가 우는 것은 처음 본다”고 우스갯소리를 해 식장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