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원고까지…건설사, 올 중동 수주 72% 급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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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低유가 쇼크
산유국 잇단 발주 취소에 중동 계약건수 52 → 23건 뚝
국내 잇단 담합제재 여파 日·유럽에 수주 빼앗기기도

여기에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유럽 및 일본 건설사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에서의 잇단 담합 제재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중동 수주, 4분의 1로 ‘뚝’

카타르 로열더치셸과 카타르석유공사가 추진하던 60억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발주는 수익성 문제로 취소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 정유소 개발 프로젝트(20억달러 규모)도 발주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해외건설 사업 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신규 수주에 신중해진 것도 수주가 줄어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로 규모 위주의 영업을 지양하고,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저유가·원高·담합제재 3중고
공공공사 담합으로 주요 건설업체들이 공정위로부터 무더기 제재 처분을 받은 것도 해외 수주에 악재로 작용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가 담합 제재를 빌미로 흑색선전을 하거나, 발주처에서 해명자료를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 일본·유럽 건설사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작년 말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14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사업(NRP)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업체인 사이펨이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을 제치고 수주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안팎에서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600억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건설사들은 중동 시장 대신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시장 영업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총 수주액은 116억4502만달러로 중동 수주액보다 많다. 중남미 지역 수주도 이달 현재까지 41억3355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58% 늘어났다. GS건설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26억1800만달러 규모의 가스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