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정규 12집 앨범, 정규 앨범으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보컬이 신’ 이승철의 목소리는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설렘이다. 1985년 데뷔한 그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음악팬들 곁에서 숨 쉬며 각자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여전히 그리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12집 ‘시간 참 빠르다’를 노래한다. ‘이승철’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한국 가요계에서 그의 위치는 충분하다. 그런데 이승철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26일 정규 12집 앨범 발표를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승철은 ‘팬들이 새로운 노래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기대감에 찬 행복한 모습이었다.



“30년간 음악하면서 아직 해 보지 못한 것도 많아요. 동요집도 내고 싶고 CCM 앨범도 발표할 거예요. 언젠간 평양에 가서 모란봉악단 지휘도 해보고 싶고…. 부활로 데뷔해서 여의도 63빌딩에서 첫 콘서트 하던 때가 기억나는데 시간 참 빠르죠? 5년 전 잠실주경기장에서 25주년 기념 콘서트 했는데 그때 아장아장 걷던 막내 딸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한국 음반계에서 정규 음반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쟁쟁한 톱A급 가수들조차도 정규 음반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이승철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셈법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는 게 아티스트 이승철의 확실한 철학이자 고집이다.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바로 스타인웨인 피아노 사건(?)이다. 이승철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음반을 통해 빼어난 피아노 소리를 청자들에게 싶다면서 1877년산 고가의 명품 피아노를 구매해 공수했다. 음반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 거반 하나에 이처럼 큰 금액을 쏟은 음악인은 국내 음악계에 그리 흔치 않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소리를 듣는 순간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1억2000만원을 주고 구입했죠. 앨범 하나에 감성을 다 싣고, 전달하기에는 받아들이는 팬들에게도 이제 무리가 있다고 봐요. 13집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정규 스타일로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한 앨범이에요. 음악을 가슴으로 듣는 마지막 세대를 위해 이 앨범을 바칩니다.”





정규 12집 앨범에는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를 비롯해 선공개곡 ‘마더’, ‘시련이 와도’, ‘달링’, ‘비 오는 거리에서’, ‘사랑한다구요’, ‘한번 더 안녕’, ‘그리움만 쌓이네’ 등 8곡이 수록됐다. 수록곡 전부가 타이틀감이 될 만큼 퀄리티 그리고 흥행성이 뛰어나다. 노래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마다 노래의 호응에 대한 순위가 수시로 뒤바뀔 정도로 이에 따른 일화가 많았다. 앨범 수록곡 노래의 장르는 다채롭다. 소울적인 노래부터 스탠다드 팝, 발라드, 록, 라틴, 제3세계 장르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한 가수의 앨범이지만 좀 더 그룹 냄새가 나는 팀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 밴드를 적극 활용 했어요. 저는 가이드 보컬을 보내주면 녹음할 때 왼쪽 귀로는 가이드 보컬을 듣고, 오른쪽으로 제 목소릴 들어요. 그동안 이승철의 진부한 느낌이나 나만의 필을 없애고, 가이드의 박자, 음정 등을 따라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창법을 구사하게 되는 거죠.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승철의 노래, 창법은 전혀 변할 수 없지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이승철은 세계 명망의 엔지니어들과 손을 잡았다. 머라이어캐리, 마이클잭슨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그래미어워드를 수상한 캐나다 믹싱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 영국의 국민가수 아델, 고 에이미와인하우스 등의 음반으로 그래미어워드를 수상한 영국의 믹싱 엔지니어 댄 패리, 레이디가가, 비욘세, 데스티니스차일드, 블랙아이드피스, 존레전드, 조용필 등과 작업한 그래미 어워즈 경력을 지닌 미국의 토니 마세라티 등이 참여했다.



“그 전에는 누가 어떤 걸 잘 한다고 하면 외국에 가서 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호흡이 잘 맞는 친구들과 했어요. 세계적인 엔지니어에게 보내야 했기 때문에 소리를 일일이 다 만져가면서 사운드 소스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난 11집부터 이승철은 자신의 앨범을 무명 실력 작곡가에게도 할애하는 파격적인 원칙을 이어왔다. 이번에도 ‘마더’, ‘시련이 와도’를 통해 트랙을 제공했다. 김유신 작곡가와 이승철이 공동 작곡, 작사한 ‘마더’의 경우 앨범의 출발을 알리는 선공개곡으로 활용됐다. 더불어 실력 음악인 한수지의 ‘시련이 와도’ 또한 음반 한켠에 수록하면서 힘을 보태는 중이다. 유명과 무명의 대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참신성과 내공은 유명 작곡가들의 명성을 위협할 만하다. 유명 작곡가들의 경쟁도 흥미롭다. 작곡가 전해성과 신사동호랭이가 각각 30% 가량의 음반 수록곡을 책임진 채 날선 경쟁을 예고했다.



“200곡 가량을 받았죠. 전해성 작곡가와 엔지니어 팀이 1차로 50곡을 가려냈고 그 중에서 고른 노래들이 이번에 실렸어요. 곡들을 고르다 보면 항상 신인의 곡이 포함되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이승철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앨범 전곡을 직접 편곡한 점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근 30여 년 간의 음반 및 음반활동에서 얻은 매서운 노하우 그리고 천부적인 감각을 모든 노래에 덧입히면서 곡에 아찔한 정수를 가미해나갔다.



“그동안 편곡을 하거나 프로듀싱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00% 앨범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에요. 음악적 장르를 떠나 30주년 앨범만큼은 제 손으로 하고 싶었어요.”



가요계는 무엇보다 이승철이 지난 앨범에 이어 정규 12집 활동에서도 연이어 홈런을 터뜨릴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승철은 지난 2013년 정규 11집 동명 타이틀곡 ‘마이 러브’로 각종 음악차트 정상을 석권한 뒤 중화권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등 화려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당시 발표됐던 ‘마이 러브’ 뮤직비디오의 경우 5월 초 유튜브 기준 730만 조회수를 상회하는 등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시다시피 제 인생에 워낙 굴곡이 많았잖아요. 데뷔곡 ‘희야’부터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네버엔딩 스토리’ 등 기억나는 많은 곡들이 제 인생의 굴곡을 함께했던 노래들이에요. 재기곡인 셈이죠. 사실 나이 50이 되도록 노래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이승철은 공연형 가수로도 한국을 대표한다. 매해 30여 차례씩 공연으로 팬과 만나는 이승철,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라이브의 황제’, ‘보컬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이승철은 2105년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6월 미국 LA를 시작으로 애틀랜타, 뉴욕, 중국 칭다오, 상하이, 톈진, 베이징, 캐나다 밴쿠버, 호주 시드니 등에서 공연을 해요. 지난해 입국이 거부됐던 일본에서도 공연을 위해 비자 신청을 해놓았어요. 국내에선 오는 9월 잠실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 투어를 해요.”







지난 2009년 Mnet 대국민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1’이 시작할 때부터 심사위원을 맡아온 이승철은 지난해 ‘슈퍼스타K6’를 끝으로 심사위원에서 물러났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면서 프로그램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던 이승철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10대 20대 위주의 시청자, 무명의 아마추어들과도 꾸준히 호흡하면서 실력 가수들의 배출에 힘을 보탰다.



“‘슈스케’가 5월부터 예선에 들어가면 심사위원들이 6~10번 정도 가는데 월드투어와 시간이 안 맞아서 못 하게 됐어요. 사실 제가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건 ‘이승철 앞에서 노래를 해보고 싶다. 떨어져도 좋으니 이승철의 심사를 받아보고 싶다.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 분들에게 아쉽고 안타깝고 죄송스럽단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제가 ‘슈스케’를 심사하고 있을 거예요.”



한 결 같이 우리 곁에서 노래해온 이승철. 빼어난 가창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어온 지 벌써 30여 년. 매년 진행되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항상 손꼽히는 국민 가수로도 그는 줄곧 자리를 지켜왔다. 그가 불러온 히트곡은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잊었니’, ‘마지막 콘서트’, ‘긴 하루’,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인연’, ‘그 사람’, ‘희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손톱이 빠져서’, ‘소녀시대’, ‘오늘도 난’, ‘소리쳐’, ‘사랑하나봐’, ‘네버엔딩 스토리’ 등 40여 곡이 훌쩍 넘어간다.



이승철은 앨범 발매일인 26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12집 쇼케이스를 연다.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 쇼케이스가 열리는 곳은 매우 각별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관문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던 평화의 문 광장은 앞서 나훈아 정도만이 이 곳에서 공연을 했을 만큼 귀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이승철은 12집 수록곡을 먼저 들려주고, 이밖에 각종 히트곡 퍼레이드를 안기며 황제의 귀환을 알린다.



이승철은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프리카 차드 학교 짓기, 각종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벌여가는 통일 캠페인, 기부 및 봉사 등 사회 활동도 꾸준히 병행하면서 그간 받아온 사랑을 되돌려주는 작업도 한창이다.



“예전에는 쉰 살까지 노래한다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30주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이 시간이 됐네요. 월드투어도 하게 되고, KBS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의 주제곡 `우리 만나는 날` 지휘도 하게 되고. 참 영광이고 보람이죠. 이제부터는 매순간 매순간이 감사할 것 같아요.”


와우스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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