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상가권리금 보호 '소급적용'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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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시기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도 법 적용을 받도록 했다.이에 대해 일각에선 소급입법이라고 지적한다. 권리금에 대해 아무런 부담을 질 필요가 없었던 건물주들이 예상치 못한 부담을 지게 된 까닭이다. 세입자 선택권까지 침해당한 터여서 건물주들이 위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소급입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부터 적용하면 건물주들이 권리금 부담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낸 뒤 임대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해선 기존 계약부터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급입법 논란에 대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상 토론을 벌였다.찬성 / 기존 계약부터 적용해야 권리금 지급한 임차인 보호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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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이번에 통과된 상가권리금보호법에 대해 소급입법이며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우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이번에 통과된 상가권리금보호법은 부진정소급입법 방식을 취했다. 소급입법은 진정소급입법(眞正遡及立法)과 부진정소급입법(不眞正遡及立法)으로 구분되는데 진정소급입법의 경우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부진정소급입법은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부진정소급입법 방식의 타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내용적 측면을 살펴보면 이번에 통과된 상가권리금보호법의 특징은 상가권리금 자체를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가권리금에 대한 ‘회수 기회’를 보호해주는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금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없다.
둘째, 2014년 7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의 ‘권리금 거래·분쟁형태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 1030명(임차인 854명, 임대인 176명) 중 응답자의 75.6%가 권리금을 계약 당시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88.0%가 임대차 계약서 또는 영업양도 계약서 등에 지급한 권리금에 대해 기재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권리금 지급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이유는 79.9%가 거래 관행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고려해볼 때 만일 부진정소급입법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할 경우 이미 권리금을 낸 임차인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존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회적 혼란은 물론이고, 부당한 피해를 보는 임차인이 대거 발생할 우려가 있다.
셋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부진정소급입법’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2002년 11월1일부터다. 그 전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적용례를 통해서 부진정소급입법 방식을 취했다.
당시 이러한 조항들에 대해서 부진정소급입법을 취한 이유 역시 법적 안정성과 법 개정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인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대 / 사전에 '法的 의무' 의식 못한 임대인에게 소급입법은 부적절
권리금 평가시스템 미흡…천천히 범위 넓혀야
우리는 그동안 권리금의 개념과 내용을 어떤 범위까지 얼마나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평가할 것인지가 모호할 수밖에 없었고,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반짝 거론하다가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국회 벽장 속에 방치하기를 반복하면서 긴 세월을 허비했다. 그 결과 권리금은 수십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의 보호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오로지 당사자 간의 계약이라는 틀 안에서만 다뤄져왔다. 그러다 보니 계약을 통해 권리금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임대인과의 관계에서는 아무런 주장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실무상으로 주고받는 임차인들 간의 계약으로만 이뤄져왔다. 그 때문에 실제 분쟁 역시 주고받은 임차인들 간 권리금 산정에 관한 다툼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권리금문제는 임대인에게 아무런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임대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임차인들 간 폭탄돌리기 게임으로 전락했다. 이번 법 통과는 지난 수십년간의 방치 상태를 탈피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은 근본적으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권리금에 관한 시행시기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시행시기에 대해 부칙 제3조는 ‘제10조의 4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워낙 분쟁 소지가 많아 수십년간 입법화되지 못한 것이 상가권리금인데, 이렇게 논란이 많은 법안을 법 시행 당시의 기존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하게 한다면, 지난 수십년간 임차인 권리금을 임대인에 대한 법적인 ‘의무’라는 부담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에게 불의의 타격이 될 수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