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몸값 치솟는 SW 개발자…구글·페이스북·IBM서 잇단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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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프트웨어가 열어주는 성공의 기회지난 2월 성균관대 소프트웨어(SW)학과를 졸업한 한준희 씨는 올초 대학원(서울대 컴퓨터공학)에 진학하자마자 구글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구글 입사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한씨는 “처음엔 스팸인 줄 알았다”며 “과거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본선에 나간 사실을 알고 연락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코딩 실력자는'귀하신 몸' 실리콘밸리 인턴십 후
현지기업에 속속 취업…해외 창업도 갈수록 늘어
핀테크·전자상거래 뜨면서 금융·유통분야도 수요↑
국내 SW 개발자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증된 SW 전문가들은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SW 역량이 탁월한 이들 중에는 직접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창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SW 개발자는 IT뿐만 아니라 금융 유통 등의 분야에서도 ‘스카우트 1순위’로 꼽힐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치솟고 있다.실리콘밸리서 모셔가는 SW 개발자
배두환 KAIST 전산학 교수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KAIST 동문 모임을 했을 때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기껏해야 3~4명 정도 모일 줄 알았는데 15명이 나온 것이다. 배 교수는 “구글 IBM 텔레포니카 등에 취업한 KAIST 졸업생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SW 역량을 갖춘 개발자는 그만큼 쉽게 실리콘밸리에 있는 글로벌 IT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대 컴퓨터공학부는 2013년부터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인턴십을 마친 학생 8명 가운데 3명이 프랭클리챗 시어스랩 메니스닷컴 등 현지 기업에 입사했다. 임성수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SW 실력만으로 인턴십 이후 곧바로 현지 기업에 들어가는 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IT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승부를 걸기도 한다. 엔씨소프트 출신 게임 개발자인 이건호·이수인 부부는 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모바일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회사인 로코모티브랩스를 세웠다. 이들이 개발한 모바일 교육 앱은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건을 넘었다. 최근에는 55억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벤처 육성기관)인 500스타트업 등과 현지 창업을 준비하는 국내 SW 개발자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김호선 스파이카 대표는 파일공유 서비스 ‘선샤인’으로 500스타트업과 함께 글로벌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다.
금융·유통 등 SW 수요 증가SW 개발자들은 IT 분야에서뿐 아니라 금융 유통 쪽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전자상거래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금융 및 유통업체가 SW 개발자를 적극 영입하고 있어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산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SW 인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방위 산업에서 SW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이란 전망이다.
코딩 실력은 서비스 기획 등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W 개발자는 서비스의 구조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기획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SW 개발자의 몸값은 치솟는데도 학교 진로교육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교 진로교과서에 등장하는 직업은 10~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직업체험관 잡월드(경기 성남)에는 80여개의 체험관이 있지만 IT 분야는 게임 개발 체험관 하나밖에 없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인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일일교사로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SW 개발자가 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 기껏해야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SW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중·고교 진로교육도 디지털 시대 변화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