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똥' 튄 내수시장] 엔저에 메르스까지 덮쳐…일본으로 발길 돌리는 요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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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관광산업보건당국의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관광업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한국 여행 예약을 취소하기 시작하는 등 ‘메르스 영향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대 고비인 이번주에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소비심리도 위축될 전망이다. 메르스 공포가 어렵사리 회복세로 돌아선 소비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여행사 6월 예약 벌써 30% 이상 취소
일본과 관광객 유치 경쟁 격차 더 벌어질 가능성
정부 '상황 점검반' 구성…'제2의 사스' 방지 총력
○“일본에 요우커 다 뺏겨”관광업계는 메르스 확산에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전담여행사인 B사는 1일 중국 패키지 여행객 5개 팀(120여명)이 여행을 취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B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 있는 요우커들에게도 가족으로부터 빨리 귀국하라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C여행사는 큰 변동은 없으나 중국 현지에서 여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많아 메르스 확산 추이에 따라 취소사태가 대거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지만 메르스 감염자가 더 증가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며 “중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여행자제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국 관광을 포기한 요우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다. 요우커는 이미 엔저 때문에 값싸진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장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널 대표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데다 여행 성수기인 7월을 앞두고 메르스가 터져나와 당혹스럽다”며 “상황이 악화된다면 엔저효과와 안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이 한국의 대체 관광지로 급속히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사스’ 직격탄 우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와 함께 ‘방한 관광시장 상황 점검반’을 구성하고 메르스 발생에 따른 영향과 사태 추이를 점검 중이다. 김철민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현재 메르스 환자나 접촉자는 격리돼 치료받고 있는 만큼 한국 여행이 안전하다는 것을 해외에 홍보하고 있다”며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등을 통해 취소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공동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기획재정부도 메르스 확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관광업계를 시작으로 메르스 변수가 자칫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확산 당시 관광은 물론 각종 행사 등이 전면 취소되면서 내수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자산시장 회복에 힘입어 소비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는 상황이어서 메르스 변수가 더욱 조심스럽다. 지난 4월 소비판매액지수는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고루 늘어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국내 사용액도 15% 이상 급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요우커 몇몇이 한국 관광을 취소한 정도로는 전반적으로 내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면서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상/조진형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