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컴퓨팅 사고' 키웠더니 글쓰기 능력 향상되고 수학·과학 성적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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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인재가 세상을 바꾼다소설가가 꿈이지만 주의가 산만한 탓에 좋은 글을 쓰지 못했던 이예진 양(매향여자정보고 3학년). 꿈을 이루기 위해 논술학원을 오랫동안 다녔지만 글쓰기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최근 교내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탔고 경기도 논술대회에서는 우수상까지 받았다. 이양은 글쓰기와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가 방과후 교실로 진행한 ‘주니어 SW 아카데미’에서 집중력과 컴퓨팅 사고(CT)를 기를 수 있었다”며 “SW 설계에 필요한 CT가 글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3) 창의력 높이는 소프트웨어 교육
'창의적 사고' 키우는 디딤돌
마크 저커버그·엘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창업자들도 어려서부터 CT로 창의력 키워
CT는 디지털시대 필수 능력
문제 해결의 '논리적 절차' 습득…모든 학문의 영역으로 확장
미국·영국 대학 정규 교과과정 채택
CT는 복잡한 일상의 문제에서 핵심 원리를 찾아 간단한 문제로 추상화하고, 문제 해결의 절차(순서도)를 만들어 컴퓨터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SW 개발에 필요한 기초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등 창업가들은 SW 개발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CT 역량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논리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융합적인 사고를 돕는 CT가 ‘창의 교육’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SW 교육으로 수학·글쓰기 실력 쑥
CT를 배운 뒤 수학·과학 성적이 향상된 아이들도 많다. 수학 성적이 전교 50등 안팎이던 김도영 군(서울대사범대부설고 2학년)은 ‘주니어 SW 아카데미’에 참여한 뒤 전교 13등으로 올랐다. 사회복지사가 꿈인 김유진 양(여의도여고 3학년)은 SW 교육 과정에서 어떤 미로도 탈출할 수 있는 ‘만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앞으로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재난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도 도전할 계획이다.
CT 역량을 키우기 위해 꼭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하는 건 아니다. 핵심은 문제 해결의 논리적 절차인 ‘순서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만든 ‘스크래치’와 KAIST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엔트리’는 간단하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다. 작은 명령 단위인 블록을 조립해 순서도를 짜는 방식이다. 어린이나 비전공자도 어렵지 않게 CT를 익힐 수 있다.창의력 키우는 ‘컴퓨팅 사고력’
천재 수학자로 유명한 독일의 가우스는 불과 8세 때 새로운 계산법을 창안했다. 학교에서 가우스를 가르치던 교사는 학생들에게 1에서 100까지 더하라는 문제를 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만한 문제를 내고 잠깐 다른 일을 보려고 했던 것. “5050!” 채 1분이 안 돼 가우스가 정답을 외치자 교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 수인 1과 끝 수인 100을 더하면 101이고, 두 번째 수인 2와 뒤에서 두 번째 수인 99를 더해도 101이 나옵니다. 이렇게 총 50개의 쌍이 생기니 101에 50을 곱하면 5050이 나오지요.” 창의적 사고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가우스 연산법’이다. 가우스는 1~100의 숫자 중 합해서 101이 되는 쌍이 50개라는 핵심 원리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 과정은 곱셈으로 자동화했다. 이 과정은 정확히 CT와 일치한다. 18세기 당시 컴퓨터는 없었지만 CT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지난 20여년간 화두였던 ‘창의적 사고’를 키울 방법으로 CT를 주목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해야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현철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은 “‘창의적’이라는 말 자체가 사고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평가하는 말이기 때문”이라며 “창의적 결과를 내놓기 위한 구체적 사고방식이 CT”라고 설명했다.모든 학문의 소프트웨어화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르틴 카르플루스 하버드대 교수의 업적은 화학적인 발견이 아니었다. 화학반응 결과를 예측하는 SW 설계를 통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SW는 제조·서비스업은 물론 학문의 영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알고리즘적 의학, 컴퓨팅 고고학, 컴퓨팅 경제학, 통계 저널리즘, 디지털 인문학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CT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CT센터’를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구조화, 데이터 조직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하버드대도 CT에 기반한 문제 해결 과정을 가르치는 등 세계 주요 대학에선 기초과정으로 CT 교육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T를 디지털시대를 살기 위한 필수 능력으로 꼽고 있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앞으로 인간의 모든 활동이 SW 기반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SW는 몇몇 천재 개발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CT를 익히는 것은 디지털시대를 경쟁력 있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팅 사고
computational thinking.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사고방식을 말한다. 문제 상황의 핵심 원리를 찾아내 이를 재구성하고 순서도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조작하기, 큰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개기, 문제를 구조화하고 추상화하기, 순서에 따라 문제 해결을 자동화하기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다.
■ 특별취재팀=김태훈 IT과학부 차장(팀장), 임근호(국제부), 오형주(지식사회부), 전설리·안정락·이호기·박병종·추가영(IT과학부) 기자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