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관계 우리가 푼다"…한일 원로들 서울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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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한일 현인회의 개최
평균 연령 78세 한일원로들 "양국 정치인들 고집이 문제"
청와대 방문…정상회담 촉구
박 대통령 "아베, 담화 기회 살려야"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루빨리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걸림돌로 정치인의 소극적인 태도를 꼽기도 했다. 모리 전 총리는 “양국 정치인과 정상들도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이제는 대통령, 총리, 정책관료 등 각계에서 모든 것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고 있다”며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할지에 대해 경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한·일 원로들은 이날 회의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52명만 생존해 계신다”며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원로들은 박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양국 원로들이 지혜와 연륜을 나눠달라”고만 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우호관계를 지탱해온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등 일본 역대 정부의 역사인식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명확히 밝히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8·15 아베 담화를 통해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본 관방장관은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회담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일 현인회의는 양국 고위급 원로들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올해 초 발족한 회의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민간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에서다. 한·일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평균 연령은 78세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첫 회의를 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당시 폐암 수술로 참석하지 못한 모리 전 총리는 이번 서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수술 뒤 2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