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3차 감염 일으킨 40대, 열흘간 병원 옮겨다녀

초기 방역 실패한 정부

바이러스 전파력 과소평가
첫 감염자 돌본 의료진과
같은 병실 환자만 '최초 격리'
메르스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보건당국이 안일한 대응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한 탓이 크다. 3차 감염을 유발시킨 P씨(40)는 지난달 30일까지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P씨가 처음 메르스 증상을 호소한 것이 20일임을 감안하면 열흘 넘게 방치돼 있던 셈이다.

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P씨는 지난달 15~17일 첫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다. 하지만 메르스 발생 초기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했다. 첫 환자를 직접 돌봤던 의료진과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 등 소수만 격리조치했다. 첫 환자와 같은 병동에 머물렀지만 같은 병실 환자는 아니었던 P씨는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 P씨는 18일 퇴원 후 메르스 유사 증상으로 25일 다른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했다.메르스 증상을 보이며 다시 입원한 이후에도 P씨는 격리조치되지 않았다. 두 군데 병원의 다인실을 옮겨다녔다. 정부의 관리 대상 밖에 있었기에 메르스 환자라는 의심을 받지 않았다. 28일 첫 환자의 같은 병동 내 확진 환자가 나타난 후에야 정부는 허겁지겁 격리 대상자 범위를 늘렸지만 P씨의 위치는 30일에서야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파악이) 조금 지연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1일 메르스 합병증 증세를 보이다 숨진 Y씨(57)도 보건당국은 사망 전날에 겨우 Y씨의 존재를 파악했다. Y씨도 첫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였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31일 저녁 9시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이 환자를 발견해 뒤늦게 격리조치했다. 하지만 이미 의료진과 주변 환자들이 Y씨와 접촉한 이후였다.

Y씨의 존재를 파악한 후에도 보건당국은 바로 확진 검사를 하지 않았다. 1일 오후 Y씨가 심정지를 일으키는 등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역학조사관을 보내 유전자 검사를 시작했다. 보건당국이 늑장 대응하는 사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2~3시께 검사에 필요한 성분을 채취해 갔고 Y씨는 오후 3시57분께 숨졌다. 또 다른 사망자 F씨(71)도 정부가 초기에 정한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지금까지 22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첫 환자 A씨를 격리하는 과정에서도 ‘골든 타임’을 놓쳤다. A씨(68)는 지난달 12일부터 17일까지 동네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난 뒤 17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고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세를 호소했음에도 보건당국은 A씨가 다녀온 바레인은 발병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확진 환자인 딸이 몸에 열이 난다며 격리를 요청했음에도 별일 아니라며 집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이 딸은 이후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