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언어에 노출된 아이가 이해심 높다

여러가지 언어에 노출된 아이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역지사지'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4~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소형, 중형, 대형 3가지 크기의 장난감 자동차를 준비한 뒤 어른 시야에서는 제일 작은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에 가려 보이지 않게 배치했다. 그리고 어른은 아이에게 "가장 작은 자동차를 움직여 달라"는 부탁을 하도록 했다. 아이는 당연히 세 가지 자동차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삶 속에서 여러가지 언어에 노출되거나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의 75%가 중형 크기의 자동차를 움직였다. 중형 크기의 자동차는 어른의 시야에서 볼 때 가장 작은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 가지 언어만 접한 아이들 중 50%만이 중형 크기의 자동차를 옮겼다. 나머지 50%는 자신의 눈에 가장 작아 보이는 소형 자동차를 움직였다.

결국 여러 언어를 접한 아이들의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탁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결과는 학술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Psychological Science)' 5월자에 게재됐다.

연구자들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여러 언어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훈련을 하게 되고, 따라서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이해심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 "직접 구사할 순 없어도 단지 여러 언어에 노출되는 것 만으로도 이해심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