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우왕좌왕' 컨트롤타워…서울시-정부 '메르스 충돌' 불렀다

컨트롤타워 부재

교육부와는 '휴교 갈등'…국민안전처는 뒷짐만
지자체와 역할 분담 실패…총리 지휘 '중대본' 가동 시급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격리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했다. 전날 밤 중앙정부의 안일한 메르스 확산 대응을 비난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반격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에도 박 시장의 행동이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메르스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야권 잠룡 간의 공방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빌미는 정부가 제공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키운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제가 이번에도 불거졌다는 지적이다.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초기 컨트롤타워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맡았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1일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의) 전염력은 대단히 낮다. 상당히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격리 대상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2차 감염자가 속출했다. 곧바로 대책본부는 복지부로 넘어갔다. 이후 가능성이 희박하다던 3차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격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다음날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휴교나 휴업은 위기경보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는 방안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방역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국가적 차원의 재난 컨트롤타워를 담당하는 국민안전처는 뒷짐지고 있다. 소방, 해양경찰 등의 조직으로 구성된 국민안전처는 감염병 분야에는 취약하다. 지난 3일 국민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가 꾸려지긴 했지만 크게 주어진 역할은 없다. 총리나 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중대본은 현행 매뉴얼상 복지부 장관이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마지막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정식 요청해야 가동된다.

이완구 총리 사퇴 이후 총리 공백이 길어지고 있어 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사람도 없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총리대행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위해 지난 2일 영국으로 출국해 7일 귀국한다.중앙과 지방 간 역할 분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3월 말 세월호 이후 재난안전 체계 구축을 위해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선 효율적인 재난 대처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중앙과 지방 간 소통마저 이뤄지지 않아 서울시가 독자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감염병 인프라 구축 작업도 방치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을 반씩 들여 올해까지 8개 시·도에 각각 감염병관리본부를 모두 설치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도입한 곳은 경기도 한 곳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재작년 중앙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감염병관리사업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자치구 소속 보건소도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며 “시 자체적으로 방역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갈수록 컨트롤타워를 중대본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조진형/이승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