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감동 없는 건물 앞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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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에 선과 악이 싹트면 하늘은 여기에 맞게 상서로운 기운과 경고의 의미를 갖는 재앙을 각각 내보인다. 빠르기는 북채로 북을 두드리는 것과 같고 급하기는 메아리와 같다. 하늘이 말 대신 전하는 긍정적 표상이 상서(祥瑞)요, 부정적 증표는 재앙(災殃)이다.
선조 때 일이다. 평안도에서 2자5치(약 75㎝)의 신귀(神龜)가 잡혔다. 사람들은 임진왜란이 종식될 거라 예견했고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늘의 상서로움에도 차별적 급이 있다. 상서의 오령(五靈) 중 하나인 거북도 신귀(神龜), 영귀(靈龜), 문귀(文龜), 산귀(山龜), 택귀(澤歸) 순으로 그레이드가 낮아진다. 서울 서린동 S그룹 본사 사옥을 짊어진 거북장식은 청계천을 향한 택귀다. 등짐이 무거워 갈지 자(之) 걸음걸이로 힘에 겹다. 신귀는 나라를 구하지만 택귀는 가문 정도에 머무는 까닭이다.상서를 불러 좋은 일을 구하는 방법에 장식이 있다. 용이 암말과 낳은 기린(麒麟)은 창덕궁 대조전 후원에서 태평성대를 구하고, 용이 학과 낳은 봉황은 경복궁 근정전에서 최고의 명예를 구한다. 미술 장식품이 곧 상서로움의 상징인 셈이다. 애지중지하고 오매불망하여 조형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자리 선택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한데 오늘날 ‘건물 앞 껌딱지’라는 비아냥을 받는 신세가 미술 장식품이다. 2011년 ‘미술장식품’을 ‘미술작품’으로 개명해서 품격을 올렸지만 여전히 뒷방신세다. ‘문화예술진흥법’의 건축물 미술작품은 예술의 활성화와 도시 환경 개선이 목표다. 서울 도심 총 3280개의 작품 중에 생각나는 작품이 몇 개나 있는가. 부끄러운 열손가락이다. 이것은 미술 작품 본연의 ‘감동’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빠진 결과다.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신대방동 N본사 사옥은 남쪽 보라매공원 기맥 위에 자리했다. 북향 도로에 면한 북향 사옥으로 풍수 입지의 전형이다. 풍설에 북향은 북망산천타령을 떠올려 꺼린다지만 풍수입지는 지기(地氣)의 방향과 일치하면 그뿐이다. 북향 건물은 가득한 음(陰)의 기운을 제어할 양기(陽氣)의 보충이 최대 관건이다. 양(陽)이 무엇인가. 활력이다. 엉켜서 뛰어놀고 드높이 달리는 양의 상징 동물은 말이다. N사옥 앞마당 3마리의 말조각상이 감상용 미술품만이 아닌 사옥의 활력을 담당하는 상서물(祥瑞物)의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세 마리는 주역(周易) ‘삼천양지(三天兩地)’ 하늘 숫자 삼(三)과 일치해 그 뜻이 더욱 깊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비용의 1% 이하를 들여 미술품을 설치해야 한다. 이왕 들일 돈이라면 잘 어울리는 미술품을 골라 적지에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객에겐 힐링을, 기업엔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맞춤형 풍수 미술작품은 땅, 건물, 미술품의 삼박자 속에서 ‘감동’의 균형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선조 때 일이다. 평안도에서 2자5치(약 75㎝)의 신귀(神龜)가 잡혔다. 사람들은 임진왜란이 종식될 거라 예견했고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늘의 상서로움에도 차별적 급이 있다. 상서의 오령(五靈) 중 하나인 거북도 신귀(神龜), 영귀(靈龜), 문귀(文龜), 산귀(山龜), 택귀(澤歸) 순으로 그레이드가 낮아진다. 서울 서린동 S그룹 본사 사옥을 짊어진 거북장식은 청계천을 향한 택귀다. 등짐이 무거워 갈지 자(之) 걸음걸이로 힘에 겹다. 신귀는 나라를 구하지만 택귀는 가문 정도에 머무는 까닭이다.상서를 불러 좋은 일을 구하는 방법에 장식이 있다. 용이 암말과 낳은 기린(麒麟)은 창덕궁 대조전 후원에서 태평성대를 구하고, 용이 학과 낳은 봉황은 경복궁 근정전에서 최고의 명예를 구한다. 미술 장식품이 곧 상서로움의 상징인 셈이다. 애지중지하고 오매불망하여 조형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자리 선택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한데 오늘날 ‘건물 앞 껌딱지’라는 비아냥을 받는 신세가 미술 장식품이다. 2011년 ‘미술장식품’을 ‘미술작품’으로 개명해서 품격을 올렸지만 여전히 뒷방신세다. ‘문화예술진흥법’의 건축물 미술작품은 예술의 활성화와 도시 환경 개선이 목표다. 서울 도심 총 3280개의 작품 중에 생각나는 작품이 몇 개나 있는가. 부끄러운 열손가락이다. 이것은 미술 작품 본연의 ‘감동’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빠진 결과다.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신대방동 N본사 사옥은 남쪽 보라매공원 기맥 위에 자리했다. 북향 도로에 면한 북향 사옥으로 풍수 입지의 전형이다. 풍설에 북향은 북망산천타령을 떠올려 꺼린다지만 풍수입지는 지기(地氣)의 방향과 일치하면 그뿐이다. 북향 건물은 가득한 음(陰)의 기운을 제어할 양기(陽氣)의 보충이 최대 관건이다. 양(陽)이 무엇인가. 활력이다. 엉켜서 뛰어놀고 드높이 달리는 양의 상징 동물은 말이다. N사옥 앞마당 3마리의 말조각상이 감상용 미술품만이 아닌 사옥의 활력을 담당하는 상서물(祥瑞物)의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세 마리는 주역(周易) ‘삼천양지(三天兩地)’ 하늘 숫자 삼(三)과 일치해 그 뜻이 더욱 깊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비용의 1% 이하를 들여 미술품을 설치해야 한다. 이왕 들일 돈이라면 잘 어울리는 미술품을 골라 적지에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객에겐 힐링을, 기업엔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맞춤형 풍수 미술작품은 땅, 건물, 미술품의 삼박자 속에서 ‘감동’의 균형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