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법 정부 이송 일단 보류

이종걸 "의장 중재 노력 존중…당내 의견 듣겠다" 입장 변화

새정치연합 12일 의총서 의견 수렴
정의화 국회의장이 11일 국회로 출근하며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이 11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나 위헌 논란이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 관련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을 보류하고 야당에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과 이 원내대표는 오전 회동에서 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중재안은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고,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검토해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꿔 국회의 강제성 혹은 구속력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만난 뒤 “국회의장이 이렇게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중재 노력을 존중하고, 국회를 지키려는 노력을 우리도 잘 협조해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며 “청와대가 강력한 벽을 치고 있지만, 모처럼 여야가 함께 모은 83%의 뜻을 청와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분립과 통합의 잣대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 전날 발언과 비교해 다소 유연한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누리당이 재의를 반대할 경우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점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는 국회를 무시하고 헌법정신에 어긋났다”며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살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국회는 이날 오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포함해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58건을 정부에 이송했다. 이송 목록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제외됐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12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을 해서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알려와 야당에 충분한 논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며 “메르스 사태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사태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