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처리장 건설] 지하연구소·처분장 한곳에…원전 가깝고 지반 튼튼한 곳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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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부지 선정…어디에 짓나
턱까지 찬 임시저장시설
23기서 연 750t 쏟아져…고리원전 내년이면 포화
핀란드식 처분시설 권고
온칼로 처분장 지하 450m…먼저 지하연구소부터 건설
부지 선정 '진통' 예고
"경주 저준위 방폐장도 가동까지 29년 걸렸는데…"
![핀란드 에우라요키시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인 온칼로 전경. 뒤편에 원자력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506/AA.10086881.1.jpg)
정부는 지난 8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원전 총량을 36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명을 다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어 지금까지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에 마련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11일 정부에 권고한 내용은 각 임시저장시설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영구처분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지하연구소에 영구처분시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3~5년간 핵분열을 끝내고 교체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들어가는 핵연료로 건물의 콘크리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약 1만배 이상의 방사선을 배출한다. 23기 원전 가운데 경수로인 19기에선 1만4984다발, 중수로 4기에선 약 38만1900다발이 매년 쏟아진다. 무게로 따지면 750t가량에 달한다.
이렇게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갈 곳이 없어 각 원전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해 쌓아놓고 있다. 정부는 임시저장시설도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리3호기는 올 1분기 기준 임시저장시설의 91% 이상이 차 있는 상태다. 정부는 조밀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고리원전들의 경우 내년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506/AA.10087869.1.jpg)
핀란드 온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지하 450m 깊이에 건설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저준위 방폐장이 이미 있고 주변에 원전이 몰려 있는 지역이 해당되지만 위원회는 “부지와 관련해서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이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짓기 전에 지하연구소를 먼저 지으라는 내용도 있는데 핀란드 온칼로처분장이 그렇다. 지하연구소는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설 곳의 지질 연구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도록 위원회는 정부에 권고했다.○연구소 부지 선정부터 논란일 듯
지하연구소 부지와 관련, 위원회는 ‘영구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이라고 못박았다. 홍두승 위원장은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고 시간이 흐른 뒤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며 “스웨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곳에 확보되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위원회는 영구처분시설의 완공이 늦어질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하연구소에 2020년부터 처분전보관시설을 건설해 보관하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영구처분시설에 짓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에 따라 5년 뒤 지하연구소 부지 선정 시한을 앞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 옷 등을 처분하는 저준위인데도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며 “고준위 방사성폐기장일 경우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옷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구별된다. 우라늄 제논 세슘 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