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못찾나' 공포 확산…그리스, 은행서 돈 빼 차구입 열풍

올들어 신차등록 15% 늘어
자본통제 가능성 커져
그리스 국민이 정부의 자본 통제를 우려하며 자동차 구입을 늘리고 있다. 예금 인출을 제한받거나 예금에 특별 세금이 부과되기 전 돈을 빼내 실물자산을 확보해 놓겠다는 의도에서라는 해석이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국가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자본 통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11일 그리스 자동차협회(SEA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다섯 달 동안 신규 등록 승용차는 3만414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7% 늘었다. 지난달만 보면 1만3000대가 늘어 증가율이 27.9%에 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설 것이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은행에 돈을 맡기면 위험하니 차라리 차를 사두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국민은 2013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자본통제를 시행했고, 10만유로 이상의 개별 계좌에 세금을 물려 총 80억유로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때문에 그리스에서도 자본통제가 실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강등했다. S&P는 “예금 인출이 가속화하면서 자본통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