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 적십자 희망센터장 "마음의 병 깊은 외국인 근로자 치료하며 더 많이 배워"

내원객 4분의 1이 정신건강 문제
사회문제 되기 전에 적극 돌봐야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외국인 근로자는 몸보다 마음의 병이 훨씬 깊습니다. 이들의 정신건강 악화를 내버려두면 분명 커다란 사회문제로 불거질 겁니다.”

대한적십자사(한적) 희망진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사진)는 최근 서울 평동 서울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한적 희망진료센터는 2012년 6월 한적과 서울대병원, 정몽구재단이 공동협약을 체결해 출범한 곳이다. 한적은 서울적십자병원을 진료 공간으로 제공하고, 서울대병원은 의료진 파견 및 중증 환자 진료를 담당한다. 정몽구재단은 희망진료센터에 매년 8억원을 지원한다. 희망진료센터엔 내과와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가정의학과의 5개 진료 분야가 있다. 또 영어와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통역 상담사가 상주한다.

손 센터장은 희망진료센터 설립 기획단계부터 서울대병원 의료진을 대표해 참여했고, 개소 후 줄곧 센터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희망진료센터 업무는 대학병원 의사로서 공공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며 “특히 한국 사회의 의료시스템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 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다양한 정신상담 사례를 통해 저 또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희망진료센터에 오는 환자 중 약 4분의 1이 정신과를 찾는다. 대부분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호소한다. 남편의 가정폭력을 못 이겨 희망진료센터로 도망쳐 온 뒤 한적에서 연결해 준 교회에 숨어 지내던 환자도 있고, 난민 신분으로 본국 탈출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다 이곳에서 치료받은 뒤 호전된 환자도 있다고 한다.손 센터장은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와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다”며 “아이들은 부모와 상호작용하며 언어를 배우는데 이 과정에서 언어 학습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훗날 왕따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