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빼고 SUV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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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 - 프리미엄 SUV 글로벌 전쟁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승용차 가운데 40.1%가 SUV였다. 2010년만 해도 SUV 비율은 22.6%였지만 지난해에는 34%까지 올라왔고 올해는 10대 중 4대가 SUV다. 미국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SUV가 세단(4도어 일반 승용차)보다 많이 팔렸고 올해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英 왕실의 SUV' 레인지로버, 高연비에 339마력 힘까지 갖춰
안전성 강화한 벤츠 M클래스, 브래드 피트 등 스타들 즐겨 타
현대車·롤스로이스·벤틀리 등 럭셔리 SUV 출격 대기
중국에선 지난달 대부분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SUV 전문 메이커인 창청자동차가 전년 동기 대비 3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장의 중심이 SUV로 이동하다 보니 세단 위주였던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속속 SU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용성 때문에 선택받던 SUV에 다양한 선택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프리미엄 SUV의 세계를 소개한다.영국 왕실의 차 레인지로버
2013년 7월22일 태어나자마자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오른 조지 왕자가 탄 첫 차는 고급 SUV 전문업체 랜드로버의 프리미엄 모델인 레인지로버다. 윌리엄 왕세손은 조지 왕자가 누운 유아용 카시트를 직접 병원에서 들고 나와 뒷자리에 장착했고 손수 운전해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함께 궁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둘째인 샬럿 공주가 태어났을 때도 윌리엄 왕세손은 2년 전과 똑같이 직접 레인지로버를 몰았다. 영국 언론들은 “편안함과 안전성에서 로열 베이비를 태우기에 최적의 차”라며 자국 브랜드인 랜드로버를 치켜세웠다.윌리엄 왕세손의 레인지로버는 4.4L짜리 8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SDV8 보그SE 모델로 최대출력 339마력, 최고속도 220㎞/h의 성능을 자랑한다. 100% 알루미늄 차체로 경량화해 배기량에 비해 연비가 높은 편(L당 최고 9.4㎞)이다. 국내 가격은 1억7160만원이다.
랜드로버와 영국 왕실의 관계는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랜드로버는 1951년 엘리자베스 2세에게 왕실이 인정한 제품이라는 뜻의 ‘로열 워런트’를 받았다.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레인지로버가 의전 차량으로 쓰이는 등 로열 패밀리가 이동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80여년간 교황 의전차량 벤츠‘왕실의 차’ 랜드로버만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SUV로 ‘포프 모빌(교황의 차)’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와 M클래스가 있다. 벤츠는 1930년대부터 80여년간 바티칸 교황청에 공식 의전 차량을 기증하고 있다.
교황이 해외를 순방할 때는 해당 국가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타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아자동차 쏘울과 카니발, 현대자동차 싼타페 등을 탔다.
1980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선택한 G클래스는 2002년 M클래스에 자리를 내줄 때까지 20여년간 포프 모빌 자리를 지켰다. 각진 스타일의 G클래스는 브래드 피트, 메간 폭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타는 차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에 출시된 G350은 211마력, 175㎞/h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1억4400만원.G클래스 후속 포프 모빌인 M클래스는 1997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20만대 이상 팔린 프리미엄 SUV의 성공작으로 꼽힌다. 지면 상태에 맞춰 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4매틱 사륜구동 시스템, 위기 상황을 미리 감지해 브레이크 제동력을 높여주는 능동형 브레이크 부스터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벤츠는 최고 차급인 마이바흐클래스에도 SUV 모델을 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현대車·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도 출격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M클래스 대신 현대차가 기증한 싼타페에 SCV1 번호판을 달고 등장했다. 산타페가 ‘교황의 차’로 추가된 것이다. SUV 라인업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현대차는 대형 전륜구동 프리미엄 SUV를 준비하고 있다. 3L급 SUV인 베라크루즈 생산을 중단하면서 생기는 빈 자리를 최고급 SUV 모델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페라리와 함께 슈퍼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 격인 람보르기니는 2018년 새로운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벤타도르와 우라칸 등 기존 두 개 스포츠카 라인업에 SUV를 추가하는 것이다. 연간 생산량을 현재 2500여대보다 많은 3000대로 잡을 정도로 기대를 걸고 있다. 새 SUV의 기반이 될 콘셉트카 우루스는 600마력의 힘을 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를 만드는 롤스로이스도 칼리넌이라는 첫 SUV를 준비하고 있다. 16기통 엔진에 700마력 이상의 출력을 갖출 예정이다.롤스로이스에 버금가는 비싼 차 브랜드인 벤틀리도 오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첫 SUV인 벤테 이가를 선보인 뒤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마세라티는 르반테를, 영국 재규어는 F페이스를 각각 첫 SUV로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