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式 금융개혁 성공할까‥<하>“숲은 안보고 나무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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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사태 1년‥‘낙하산 인사’ 재연 조짐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등 KB수뇌부간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
한국 금융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KB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포함한 수많은 KB 임직원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고 조직을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사령탑으로 윤종규 현 회장이 선임되면서 KB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자세로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수뇌부 역시 KB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옷을 벗었고 지금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습니다.
KB 수뇌부에 대한 징계 수위가 수개월에 걸쳐 중징계에서 경징계, 다시 중징계로 번복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간 해묵은 갈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처럼 KB는 물론 금융당국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긴 KB사태가 마무리 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또 다시 개혁에 역행하는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과 신응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각각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현 LIG손해보험) 차기 감사로 사실상 내정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KB손해보험에는 벌써부터 금감원 출신 인사뿐만 아니라 여당 중진인 모 의원 등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들이 신규 임원으로 대거 선임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관치금융 혁파’를 외치던 정부 당국의 의지는 어디로 갔는 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가 재연되고 있는 데도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속내는 무엇일까.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역시 퇴직 관료들을 민간 금융회사 기획담당 임원 등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감원 출신 인사나 정치권 인사들의 금융회사 취업을 막을 만한 명분이 없을 것”이리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CEO 자리도 민간에게 개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공기업 CEO 자리를 퇴직 관료들의 ‘노후자금’ 마련용으로 방치해선 경영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 “눈에 박힌 대못부터 뽑아야”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금융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확고한 철학을 갖고 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해 줘야 합니다.
금융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더 이상 정치권이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들이 더 이상 금융회사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도록 정권 차원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그림자 규제’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손톱 밑 가시’처럼 성가신 존재이지만 금융에 문외한인 인사가 금융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눈에 박힌 대못’처럼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장애물입니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완화했을 때 금융회사 CEO들이 과감하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길어야 3년이고, 카드사를 비롯한 계열사 사장 임기는 1년인데, 영업규제가 완화됐다고 최소 3~4년 뒤에나 성과가 나타나는 신사업에 매진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사태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규제가 강화될 텐데 정부 말만 믿고 영업을 확장했다가 낭패를 볼 수는 없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영업 규제 완화가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금융회사 CEO가 1년 뒤 연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영업 조직에 무리한 목표를 할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 ‘가계부채’도 금융개혁 대상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도 금융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계부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금융개혁 추진은 물론이고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한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관리협의체를 구성해 2주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관계 기관이 모인 가계부채관리협의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동산 규재 완화를 통한 내수진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재부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후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한은의 입장 차이가 뚜렷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검토 중이지만, LTV·DTI 규제 완화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금융당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독려에 떠밀려 “가계부채는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금융당국도 안심전환대출이나 서민금융지원 대책 등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드는 데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각종 개혁을 외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애써 침묵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것은 금융당국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관련기사임종룡式 금융개혁 성공할까‥금감원, 금융위 독주에 ‘당혹’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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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등 KB수뇌부간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
한국 금융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KB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포함한 수많은 KB 임직원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고 조직을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사령탑으로 윤종규 현 회장이 선임되면서 KB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자세로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수뇌부 역시 KB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옷을 벗었고 지금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습니다.
KB 수뇌부에 대한 징계 수위가 수개월에 걸쳐 중징계에서 경징계, 다시 중징계로 번복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간 해묵은 갈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처럼 KB는 물론 금융당국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긴 KB사태가 마무리 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또 다시 개혁에 역행하는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과 신응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각각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현 LIG손해보험) 차기 감사로 사실상 내정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KB손해보험에는 벌써부터 금감원 출신 인사뿐만 아니라 여당 중진인 모 의원 등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들이 신규 임원으로 대거 선임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관치금융 혁파’를 외치던 정부 당국의 의지는 어디로 갔는 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가 재연되고 있는 데도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속내는 무엇일까.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역시 퇴직 관료들을 민간 금융회사 기획담당 임원 등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감원 출신 인사나 정치권 인사들의 금융회사 취업을 막을 만한 명분이 없을 것”이리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CEO 자리도 민간에게 개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공기업 CEO 자리를 퇴직 관료들의 ‘노후자금’ 마련용으로 방치해선 경영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 “눈에 박힌 대못부터 뽑아야”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금융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확고한 철학을 갖고 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해 줘야 합니다.
금융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더 이상 정치권이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들이 더 이상 금융회사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도록 정권 차원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그림자 규제’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손톱 밑 가시’처럼 성가신 존재이지만 금융에 문외한인 인사가 금융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눈에 박힌 대못’처럼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장애물입니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완화했을 때 금융회사 CEO들이 과감하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길어야 3년이고, 카드사를 비롯한 계열사 사장 임기는 1년인데, 영업규제가 완화됐다고 최소 3~4년 뒤에나 성과가 나타나는 신사업에 매진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사태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규제가 강화될 텐데 정부 말만 믿고 영업을 확장했다가 낭패를 볼 수는 없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영업 규제 완화가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금융회사 CEO가 1년 뒤 연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영업 조직에 무리한 목표를 할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 ‘가계부채’도 금융개혁 대상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도 금융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계부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금융개혁 추진은 물론이고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한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관리협의체를 구성해 2주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관계 기관이 모인 가계부채관리협의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동산 규재 완화를 통한 내수진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재부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후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한은의 입장 차이가 뚜렷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검토 중이지만, LTV·DTI 규제 완화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금융당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독려에 떠밀려 “가계부채는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금융당국도 안심전환대출이나 서민금융지원 대책 등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드는 데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각종 개혁을 외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애써 침묵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것은 금융당국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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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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