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방안] 임금피크제로 '장년 고용 유지+청년 취업' 땐 연 2160만원 지원

"노동개혁 미룰 수 없어"…정부 '플랜B' 가동

조선·금융 등 6개 업종 임금피크제 지원
해고 요건 등 민감한 사안은 8월로 미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플랜B’ 가동에 들어갔다. 작년 12월 시작된 노동계, 경영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가 지난 4월 결렬된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에 치중해온 정부가 청·장년, 원·하청, 정규·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17일 발표한 ‘1차 개혁안’은 상생고용, 즉 기존의 일자리 수는 유지하면서 청년 고용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동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노동유연성 제고 방안 등 민감한 사안이나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오는 8월께 내놓을 2차 개혁안에 담을 예정이다. 이른바 ‘쉬운 해고’로 알려진 근로계약 변경·해지 등은 시간을 두고 노동계와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먼저 임금피크제를 공공기관부터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장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정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청년 ‘고용절벽’만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직무·능력·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316개 모든 공공기관은 이달 중 기관별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8월까지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간부 직급에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도 전 직원으로 확대된다.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해왔지만 실제 도입은 지지부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3년에는 자율에 맡긴 수준이었고 지난해에야 경영평가에 일부 포함시켰지만, 올해부터는 구체적 ‘시간표’를 제출받고 경영평가 ‘성적표’에 직접 반영할 예정인 만큼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 임금피크제 확산 방안도 나왔다. 30대 그룹과 조선·금융·제약·자동차 등 6개 선도업종을 선정하고 이들 가운데 임금피크제 도입 의지가 있는 551개 사업장에 현장 지도와 컨설팅을 통해 기존의 임금피크제 지원금도 연장(현재 최장 5년), 지급할 계획이다.

장년 고용 안정과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금’ 제도도 마련했다.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존의 장년 일자리를 지켜주면서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장년+청년 근로자’ 한 쌍에 1080만원을 지급한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기존의 임금피크제 지원금(최대 연 1080만원) 외에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도 강화된다.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 3대 고용 형태별로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임금체불 시 부가금을 부과하고 공공발주 공사 입찰을 제한하며, 최저임금 위반 시에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추진이 마치 임금삭감 의도인 것처럼 왜곡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어려운 입장이겠지만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