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부터 로봇청소기까지…최초로 시작해 최고가 된 가전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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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일렉트로룩스
1912년 시작된 청소기 역사
기존의 청소기 무게 50kg 달해
바퀴 달고 무게·소음 줄여 판매
무선·로봇청소기 등 연일 히트
지속적인 M&A가 원동력
1000만 인구 스웨덴 성장 한계
기업인수로 덩치 키워 시장 선점
실용적 디자인…각종 賞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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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룩스의 창업자이자 유명 엔지니어인 악셀 베네그린은 방문 판매원들에게 룩스1을 들고 일일이 가정을 돌아다니게 했다. 경제권을 쥐고 있던 남편들의 승낙을 받기 위해 주로 남편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 맞춰 제품을 시연했다. 기계를 좋아했던 스웨덴 남성들은 “청소시간이 짧아지면 아내들이 그만큼 요리에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앞다퉈 룩스1을 구입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강국으로 꼽히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일렉트로룩스는 유럽 최대 가전 기업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합니다(Thinking of you)’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가전업계 처음으로 가정용 진공청소기와 로봇청소기 등을 내놓으며 생활가전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세계 150여개국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120억크로나(약 15조68억원)에 이른다.일렉트로룩스의 역사는 곧 청소기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가정용 진공청소기 ‘룩스1’은 전 세계 주부들의 가사 노동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보다 앞선 1901년, 영국에서 진공청소기가 개발됐지만 무게가 50㎏에 달해 마차에 싣고 다녀야 할 정도로 무겁고 소음도 심했다. 일부 청소업체들이 대형 공간을 청소하는 용도로만 쓸 뿐 가정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2001년 출시된 ‘트릴로바이트(Trilobite)’는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다. 고대 수중 생물인 삼엽충을 뜻하는 트릴로바이트는 사람이 조작하지 않고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청소할 수 있어 혁신적인 제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출시 이후 로봇청소기의 모태가 됐다.
일렉트로룩스는 2003년 당시 기준으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진공청소기 ‘울트라 사일런서’를 내놨다. 이 청소기는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소음이 8배 이상 적어 사용자가 청소하면서도 전화 통화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2004년 출시돼 선 없는 청소기 시장을 개척한 ‘에르고라피도’는 지금도 일렉트로룩스의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꼽힌다. 출시 때 파격적인 색상과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청소기가 인테리어 가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M&A가 성장의 원동력
지난해에는 북미의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33억달러에 사들였다. 냉장고,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경쟁사 월풀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2위에 그쳤던 일렉트로룩스는 이 M&A로 단숨에 북미시장 1위 가전기업으로 부상했다. 나아가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크게 상승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대명사
일렉트로룩스는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 덴마크의 오디오 전문기업 뱅앤올룹슨과 함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불린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디자인 철학은 ‘사려깊은 디자인(thoughtful design)’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제품의 기능, 실용성, 촉감과 느낌, 심미성, 서비스 등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경험에 적용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시선을 사로잡는 색상을 포함한 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배려한 인체공학적 구조와 제품기술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스웨덴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디자인 연구센터를 갖추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매년 ‘디자인 랩’이라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미래 소비자의 요구를 예측한다. 그 결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어워드와 같은 세계 유명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꾸준한 수상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