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핀테크 경쟁] "모바일결제 밀리면 끝"…단스케뱅크, 애플페이 맞서 독자 앱 '선공'

(2) 3년내 1000조…급팽창하는 모바일결제 시장

"퍼스트 무버만 생존"
이사회 직속 모바일 금융부 배치
세계 최초로 은행 결제앱 출시…2년 만에 덴마크 소비자 절반 사용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간다"
북유럽 최대 노디아뱅크
'모바일 신인류' 금융패턴 읽으려 인류학 박사를 e마켓 책임자로
코펜하겐 시내의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은행 모바일 앱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단스케뱅크 제공
지난 11일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의 슈퍼마켓 네토 매장. 계산대 앞의 50대 여성은 모바일 페이(Mobile Pay)라고 적힌 곳에 휴대폰을 갖다 댔다. 직원이 상품을 스캔하자 곧바로 휴대폰 화면에 결제해야 할 금액이 표시됐고, 소비자가 검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났다.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내느라 허둥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산 기준 덴마크 1위, 세계 44위 은행인 단스케뱅크가 2013년 5월 선보인 결제시스템의 모습이다. 모바일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단스케 페이는 온라인 쇼핑 결제뿐만 아니라 개인 간 송금 기능도 탑재했다. 덴마크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소비자의 50%가 단스케뱅크가 제공하는 결제 앱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핀테크 공세에 맞서 은행이 방어벽을 친 사례다.덴마크 은행들의 핀테크 실험

작년 4월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춘 애플 아이폰6가 출시된 후 덴마크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은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젊은 층 충성 고객이 많은 애플이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약 550조원 규모인 세계 모바일결제 시장은 3년 뒤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잡으려는 ICT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단스케뱅크와 스웨덴 노디아뱅크는 정공법을 택했다. 노디아뱅크는 자산 순위 글로벌 29위 은행이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앞선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단스케뱅크는 거래 고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확대한 결제 앱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단스케뱅크를 제외한 덴마크 61개 은행 연합군도 작년 말 ‘스윕(Swippe)’이라는 모바일 금융 앱을 선보였다.결과는 놀라웠다. 단스케 페이는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220만명을 확보했다. 스윕까지 포함해 덴마크에서 은행에서 제공한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들은 전체 소비자의 70%에 달한다. 마르크 브로한센 단스케뱅크 모바일페이 담당 부사장은 “올 들어 매달 25%씩 거래 규모가 늘고 있다”며 “가맹점 확보율도 전체의 7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혁신 아이디어는 발상의 전환에서

덴마크 은행들은 과감한 혁신을 통해 글로벌 ICT 기업의 핀테크 파상 공세에 맞서고 있다. 단스케뱅크가 모바일금융 부서를 이사회 직속으로 배치한 것은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였다. 브로한센 부사장은 “기존 관행과의 마찰을 극복하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했다”며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브로한센 부사장을 모바일페이 책임자로 발탁한 것도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고 단스케뱅크 관계자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출신인 브로한센 부사장은 당초 지점 통폐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단스케뱅크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전체 지점의 40%를 없애기도 했다. 단스케뱅크는 그러다 2010년 무렵부터 모바일금융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을 강화하기로 전략을 전환했다. 축소 지향의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단스케 페이 사업이 태동했다.

북유럽 최대 은행인 노디아뱅크는 지금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류학 박사 출신을 15명으로 구성된 디지털뱅크 부서의 책임자로 앉혔다. 토마스 빈딩 노디아뱅크 e마켓 최고책임자(부사장)는 “모바일 기기를 손에서 떼지 않는 디지털 원주민들은 기존 세대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새로운 금융 생활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