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페인트의 공정 혁신 "자투리 시간도 재활용…납기 4일 줄여 연 50억 절감"

10분 단위로 작업시간 분석
설비분해·청소시간 낭비없애
지난 19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 탄천산업단지 삼화페인트 공장. 지난해 완공된 이곳에선 화학용 액체 등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분말 형태의 친환경 페인트인 분체도료(粉體塗料)를 생산한다. 과거 이 시간엔 기계를 청소하거나 점검하면서 근로자들이 대기하곤 했지만 이날은 쉴 새 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보통 페인트 공장에선 주기적으로 압출 분쇄 등과 관련된 생산설비를 열어놓은 채 부품을 분해해 청소한다. 하지만 기계를 언제 청소하고 검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없다. 자주 청소하다 보니 ‘시간 낭비’라는 문제의식도 생겼다. 근로자들 입장에선 잔업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었다.
회사 측은 청소 검사 대기 등으로 생산설비가 가동되지 않아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인 ‘다운타임(downtime)’을 분석했다. 허성 삼화페인트 사장(사진)은 “국내 페인트업계 최초로 설비가동률, 공정직행률 등 다운타임 관련 지표를 제대로 들여다봤다”며 “제조업의 설비 분야에서 그동안 소홀히 여겨졌던 자투리 시간까지 신경쓰는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라고 밝혔다.

모든 작업 활동을 10분 단위로 쪼개서 다시 설계했다.시스템을 재정비해 올초부터 공정에 적용했다. 예전엔 하루 한 시간 반에 달했던 다운타임이 올 들어서는 30분으로 줄었다. 자투리 시간이 감소하자 각종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성과는 납기 기간 단축이었다. 주문을 받아 생산에서 납품까지 보통 6.24일이 걸리던 납기일은 2.59일로 감소했다. 지난 4월엔 1.9일까지 떨어졌다. 생산성이 20% 향상돼 연간 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근로자들의 잔업시간도 줄었다. 지난해 월평균 61.8시간을 더 일했던 공장 근로자들은 이제 월평균 18시간만 더 일하면 된다.

삼화페인트는 다운타임 관리를 강판용 페인트(PCM도료) 공정 등 전 부문으로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삼화페인트의 분체도료 매출 비중은 10% 정도다. 허 사장은 분체도료 생산 효율 극대화, 제조업 생산성 향상, 산업 발전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생산성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조업 부문 ‘생산성 CEO(최고경영자) 대상’을 받았다.

공주=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