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충칭서 준중형·SUV 연 30만대 생산…중국 서부 거점 확보

중국 5공장 기공식…연산 270만대 체제 구축

베이징에 치우친 생산 거점, 서부내륙으로 다변화 시켜
특화 신차 매년 4~5개 투입…판매 확대 돌파구 마련
현대자동차는 23일 중국 충칭시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5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쉬허이 베이징현대차 이사회 의장,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정 부회장,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 황치판 충칭시장, 장궁 베이징시 부시장. 현대차 제공
23일 오전 중국 중서부의 중심인 충칭시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중국 5공장 기공식.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현대차의 오랜 숙원사업이 이뤄진 기쁨과 중국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함께 드러났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지만 6개의 생산공장은 동부인 베이징과 옌청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급성장하는 서부내륙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차는 2013년부터 충칭공장 건설을 준비해 왔다. 1년여 공을 들인 결과 지난해 3월27일 충칭공장 건설을 골자로 하는 전략합작 기본합의서가 마련됐다.하지만 베이징~톈진~허베이를 잇는 수도권 광역개발을 추진하는 중국 중앙정부는 현대차가 허베이지역에 신공장을 건설해 줄 것을 희망했다. 충칭공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작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속한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정 회장은 허베이성 창저우에 4공장, 충칭에 5공장을 동시에 건설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중국 정부에 제시해 승인을 이끌어냈다. 충칭공장 건설로 현대차는 중국 서부내륙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중국 내륙 시장 진출 거점

현대차 충칭공장은 충칭시 량장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 내 187만㎡ 부지에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건설된다. 현대차와 합작사인 베이징차가 공동으로 10억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충칭공장에서 2017년 상반기부터 준중형급 중국 전략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차례로 양산할 계획이다.

충칭은 인구 3000만명, 면적 8만2000㎢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시이자 중국 중서부의 유일한 직할시다. 중국 정부가 중서부 지역 개발을 위해 구축하고 있는 ‘창장 경제벨트’의 거점도시이기도 하다. 충칭을 비롯한 중국 중서부 내륙 지역은 동남부 연안 대도시에 비해 자동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칭시가 속한 쓰촨성의 경우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가 약 100만대로 170만대 수준인 산둥성이나 광둥성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현대차 중국법인 관계자는 “동남부 연안 대도시들은 향후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충칭을 중심으로 한 중서부 내륙지역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 포드 스즈키 등의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충칭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中 시장 공략 4대 전략 추진

중국은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 ‘노다지 시장’이었다. 자동차 판매량이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데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창청·창안 등 중국 토종업체들은 판매량이 30~60%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시장에서도 중국 토종업체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역시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생산거점 다변화 △중국 전략 차종 다양화 △고객 밀착 관리 체계화 △친환경차 시장 본격 진출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칭공장 건설은 생산거점 다변화의 일환이다. 중국 전략 차종 다양화와 관련해서는 매년 중국 시장에 특화한 신차를 4~5개씩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토종업체들의 반격에 맞서기 위해 소형 SUV와 소형 승용차를 적극 개발해 출시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올해 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친환경 차량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착공한 허베이성 창저우시의 현대차 4공장과 충칭의 현대차 5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2018년께엔 연간 생산 규모가 270만대로 증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195만대 수준이다.

중국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인 폭스바겐과 GM도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께 생산능력은 폭스바겐이 500만대, GM이 290만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8년께부터 GM과 본격적인 경쟁을 통해 중국 시장 2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충칭=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