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상반기 고객감동 방송광고 - 동서식품] 가장 작은 카페의 훈남 바리스타, 나만의 커피 권하네

맥심 카누
커피만큼 빠르게, 그리고 진하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기호 식품은 없다. 고종황제도 시인 이상도 즐겼던 커피는 시장 규모나 수입량 등에서 천문학적 숫자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커졌다. 뜨거운 물에 인스턴트커피 한술 타 마시는 것만으로도 상류층 인사가 된 것처럼 으쓱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커피 전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어떤 커피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게 된 현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커피가 지나가는 정도의 묽은 커피 한 잔으로도 종일 만족했던 나 역시 눈 뜨면 가장 먼저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고, 머리 식힌다는 의미가 곧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굳어질 만큼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 길을 걷다가 커피 내음이 나면 부러 찾아가 큰 숨을 들이쉬며 한참을 서 있을 정도로 커피 향내에 끌리다 보니 종일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바리스타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점을 찾아가 인테리어에서부터 커피 잔까지 꼼꼼히 살피고, 기념으로 원두를 사오기도 한다. 커피를 즐기는 한국인 대부분이 이런 진화(?) 과정을 거쳐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커피 광고에도 관심이 많아졌는데, 커피가 기호 식품이니만큼 분위기 연출과 출연자가 제품 이미지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동서식품의 카누’ 광고가 마음에 와닿는 이유라면 단연 배우 공유 씨가 주연이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카누 광고를 해왔으니 경쟁 심한 커피 시장에서 장수하는 모델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유 씨를 순정과 열정의 멋진 청년 신사로 어필시켰던 히트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한 게 2007년이니 왜 이리 늦게 커피 광고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나 의아할 정도다.

공유 씨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어울리는 얼굴과 이미지를 갖고 있다. 완벽한 미남이라기보다는 순수하면서도 개념 있는 스타 이미지가 더 크다. 로맨스 스타로 굳어질 위험이 컸던 시점에, 그것도 군 제대 후의 첫 복귀작으로 ‘도가니’(2011)와 같은 사회 고발성 영화에서 주연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 특별대표로서,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 어린이 돕기를 호소했다. 간혹 인터뷰를 보노라면 어찌나 겸손하고 정확하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광고에만 얼굴 내미는 무늬만 스타보다는, 의미 있는 활동도 병행하는 성실한 연기자가 권하는 커피라면 믿고 마실 수 있겠다, 마셔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는 이런 계산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짧은 광고 안에서도 마음을 담아 연기한다, 아니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이 이 사람의 본 모습이다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카누 광고에서 공유 씨는 자신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상대에게 진심을 담아 전한다. 공원이나 아담한 뮤직 카페에서 잔을 내미는 공유 씨도 멋지지만 디자인이 단순하고 현대적인, 카누 패키지와 같은 작은 공간에서 권하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맥심 카누’가 소비자에게 좋은 커피, 젊은이의 커피, 맛있는 커피, 나만의 커피로 다가올 수 있었던 데는 패키지 디자인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상단이 열리는 직사각형의 검은 상자 패키지에 가늘게 인쇄된 빨간색 상품명 카누. 간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재활용하고 싶은 패키지다. 이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이동식 간이 카페 공간은 어찌나 앙증맞고 예쁜지. 내 집에도 이처럼 작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만들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곤 한다.

‘가끔은 카누를 조금 진하게 내려 싱글샷으로’ 편에서도 검은 상자 모양 카페가 주 무대로 등장했다. 녹색의 싱그러운 식물, 그리고 커다란 유리창과 하얀 레이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드리우는 공간 사이에 놓인 아담한 카페. 자세히 보면 커피 관련 기구를 모두 갖춘 질서정연한 커피 왕국임을 알 수 있다. 하얀 셔츠에 검은 넥타이와 바지, 구두, 앞치마로 정중하면서도 경쾌한 손님맞이 복장을 갖춘 공유 씨. 무릎을 굽히고 칠판에 다섯 가지 커피 메뉴를 쓰고는 환한 표정으로 카페의 하루를 시작한다.

진지하게 커피를 내리며 “가끔은 카누를 진하게 싱글 샷으로 내려 다양하게 즐겨보세요. 카누라면 어떻게 즐겨도 맛있으니까”라고 내레이션한다. 아메리카노, 모카라테, 라테, 카푸치노 등 다섯 잔의 커피를 정중하게 내놓는다. 이 중 한 잔을 고른 학생이 행복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준 공유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공유씨가 시공간 이동을 하여 학생의 공부방 문구류 위에 걸터앉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답하는 게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의 바리스타 공유 씨가 바로 나의 눈앞에 나타나는, 커피를 마시는 동안의 행복한 마법.공유 씨의 이미지에서부터 무대 장치, 색감 조율, 내레이션 모두 간결하고 현대적이다. 커피를 내리고 권하고 마시는 짧은 시간의 여유와 행복을 군더더기 없이, 정을 듬뿍 담아 전한다. 한국의 모든 카페 주인장이 공유 씨처럼 담백한 미소와 눈인사를 날려주면 좋겠다.

옥선희 < 영화·방송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