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기억…안전엔 더 신경 쓰였죠"

오늘이사람 - 삼풍사고 11일 만에 생환 최명석 씨
“20년간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때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사는 게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이더라고요.”

1995년 6월 폐허로 변한 삼풍백화점 현장에서 열하루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최명석 씨(40·사진)는 20년이라는 세월이 참사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긴 세월도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20년 전 최씨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하기 전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 230시간 만에 구조된 뒤 최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소방수와 빗물을 받아 마시며 악조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고 생존 비결을 밝혔다. 최씨의 ‘기적’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사고 13일째 유지환 씨(당시 18세·여)가, 17일째 박승현 씨(당시 19세·여)가 기적적으로 생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후의 생존자’로 불리는 셋은 이후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가 됐다.

최씨는 사선을 넘나든 충격 때문인지 대학에 복학하고 나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러다 해병대에 입대했다. 병역특례 혜택을 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자원입대했다. 몸이 힘들면 잡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후유증은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런 무기력함을 끊은 전환점은 취직과 결혼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2000년 그는 GS건설(당시 LG건설)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건축설비를 전공한 그는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큰 사고 경험이 있어서인지 안전과 관련된 일에는 늘 신경이 곤두섰다.“현장에서 항상 안전을 위협하는 부분이 없나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콘크리트를 만들 때 시멘트와 물의 비율이 정확히 맞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제 소관이 아니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달려가서 작업을 중지시키고 화도 냈어요.”

재건축·재개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최씨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 사회에서 안전과 관련한 제도가 많이 강화됐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는 세상의 관심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제는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20년 전의 기억을 이젠 일상으로 덮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최씨는 “앞으로는 묻어뒀던 꿈도 다시 찾고, 사랑하는 딸과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며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