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택시 '카카오 리무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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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고급택시 서비스다음카카오가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카카오택시’에 이어 신개념 고급택시 서비스를 내놓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인 고급택시를 카카오택시 앱으로 예약·호출하고 카카오페이로 간편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택시 앱 서비스의 고급화 바람을 주도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카카오택시 앱과 연동
호출부터 요금결제까지
택시업체와 수익배분
카카오택시 사업을 주도하는 정주환 다음카카오 온디맨드팀장은 “국토부 서울시 택시조합과 협의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일반 카카오택시와 달리 고급택시업체와 수익을 분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카카오택시 2차 공습
카카오택시는 출시 3개월 만에 25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앱으로 쉽게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등 편리성 덕분에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호평받으며 하루평균 콜이 12만건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8~14일 기준 카카오택시의 콜택시 앱 시장점유율은 92%에 달한다. 다음카카오는 여세를 몰아 고급택시를 이용한 리무진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일반 카카오택시와 달리 일정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카카오택시의 첫 수익모델 실험이다.국토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법제처 심사에 넘긴 뒤 오는 9월께 고급택시를 도입할 방침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3000㏄ 이상으로 묶여있던 고급택시 배기량 기준을 2800㏄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 이 기준에 따르면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아우디 A8, 현대 에쿠스·제네시스, 기아 K9·K7 등이 포함된다. 개정안이 7월 말~8월 초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9월부터 고급택시를 탈 수 있다.
◆‘우버 블랙’ 벤치마킹고급택시의 특징 중 하나는 택시 등(燈)처럼 택시를 나타내는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미터기는 물론 카드결제기 의무 설치도 면제된다.
주로 접대나 외국 귀빈 의전 등에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고급택시를 분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카카오택시 앱은 물론 카카오페이 등 결제시스템을 보유한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예약·호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고급택시 서비스의 필요성은 지난해 국내에 등장했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기사 딸린 고급 렌터카를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우버 블랙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렌터카를 불법 이용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금지 판정을 받았다.당시 택시업계는 우버에 극렬하게 반발했으나 고급택시 서비스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고급승용차에 택시 표시가 없고 실내화나 음료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우버에서 따왔다는 분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급택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요금을 업체별로 자율로 정하도록 한 것도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터카 리무진과 경쟁
다음카카오는 택시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윈윈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정 팀장은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선 것은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며 “고급택시 외에도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연결(O2O)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택시의 등장으로 렌터카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장애인, 6개월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법인 등에 허용되는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와 고급택시가 경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앱을 앞세운 고급택시가 나오면 렌터카업계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