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마지막 날…국민연금 기금본부 '파격인사'로 술렁

"국내대체실 해체된 것과 마찬가지"

홍완선 CIO "관행보다 능력 우선"
2년 임기 끝나가…11월 연임에 촉각
"본부장 짧은 임기, 수익률에 악영향"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술렁거렸다. 조직 안팎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국내대체실 대폭 ‘물갈이’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대체투자실장 자리에 유상현 기업투자팀장을 승진 기용했다. 이 자리는 국내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윤영목 전 대체투자실장은 신설된 투자자산사후관리강화추진단장으로 이동했다. 대체투자실 산하 기업투자팀장 자리엔 지난달 사학연금에서 영입한 김재범 씨를 선임했다. 대체투자실장이 거느리는 2개 팀 중 나머지 팀(실물투자팀)을 맡았던 최운구 팀장은 운용기획부로 이동했고, 그 자리는 내부 승진자로 채워졌다. 기금운용본부의 다른 7개 부서 인사는 팀장급 3명뿐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국민연금 국내대체실이 사실상 해체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조직 안팎에서는 외부에서 경력으로 영입한 김 팀장이 사후관리강화추진단(실장급)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임-책임-선임-수석’으로 이어지는 직급 체계 중 가장 높은 ‘수석’으로 영입됐다. 김 팀장보다 한 단계 낮은 ‘선임’역인 유 실장을 김 팀장의 직속상관(대체투자실장)으로 앉힌 것도 관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유 실장(국제경제학과)은 김 팀장(경제학과)의 서울대 1년 후배다. 김 팀장 영입 당시 그렸던 밑그림이 뒤틀려졌다고 보는 근거다.

○‘본부장 임기 2년 짧다’는 지적도인사권을 행사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격식, 관행보다 능력 위주의 인사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투자실은 보고펀드, H&Q코리아,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등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PEF의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종전 관행과 거리가 있는 인사가 나다 보니 불만들이 외부로 표출된다는 지적이다. 유 실장은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로 홍 본부장과 ‘코드가 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갑작스런 인사 배경엔 홍 본부장의 임기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조직 안팎의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1년) 연임할 수 있다. 홍 본부장은 오는 11월 초 2년 임기를 맞게 되며 이르면 8월쯤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해외 투자 확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어 홍 본부장 교체가 힘들다는 관측이 많지만, 외곽에서 본부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 전략을 짜야 할 본부장 임기가 짧은 것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