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투자 지원에 '올인'해야 한다

"메르스 타격에 불씨 스러지는 경제
일자리·소득 원천 기업이 투자토록
규제철폐·입법지원 적극 나서야"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
한국 경제가 ‘메르스 사태’로 또 한 차례 큰 고비를 맞고 있다.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로 자산시장 중심의 내수회복 불씨는 꺼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활기만으로 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기는 역부족이다. 다시금 국내 투자에 불이 붙도록 정책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투자야말로 일자리와 소득증가의 원천이며 성장잠재력을 강화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산시장도 금세 활력을 잃는 데다, 금리와 재정정책 여력이 약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의 절박성은 더욱 커진다. 투자 여건도 최상이다. 금리는 사상 최저다. 환율도 투자엔 우호적이다. 엔저는 수출경쟁력 저하 요인이지만 대일(對日) 자본재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이는 투자비용을 낮추는 호조건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넘치는 외환의 해소에도 투자만큼 좋은 방안이 없다. 그동안 고심했던 투자대상 문제도 풀렸다. 경기회복과 지속발전에 필요한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그중 첫째가 제조업과 수출 중심 성장에서 배태된 심각한 내·외수 간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업 분야다. 서비스업은 대표적인 내수업종이다. 국내 소득수준 향상과 중국 등 외국인 수요 등을 감안하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 관광, 금융, 의약, 유통, 디자인 등 그 범위가 다양한 서비스업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다음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요구되는 안전산업 분야다. 세월호 침몰, 싱크홀 발생, 메르스 확산 등 각종 대형사고는 안전사회 구축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높이고 있다.

이 분야 역시 방범, 방재 등에서부터 정보보안과 생활안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안전서비스업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기술(IT)과 융합해 가정안전, 건물종합관리, 원격진료 등 생활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유망 첨단융합업종이다.세 번째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창조산업 분야다. 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키우기로 한 지역별 핵심투자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전자,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차세대 제품에서부터 빅데이터 등 첨단업종까지 포함돼 있다.

제반여건은 성숙했으나 투자는 좀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과도한 규제와 개혁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 정치적 이해대립 등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활발한 투자를 위해서는 행정부의 열정과 입법부의 주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행정부처에서는 투자실현 전담부서를 만들어 투자 애로요인을 돌파하든지, 부처별 투자목표라도 부과해 성과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강화하는 특단의 ‘비상투자실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입법부에서는 이념과 정파 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회 계류 중인, 투자증대를 위한 경제활성화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투자 확대는 시장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과도한 복지재정 부담 없이 한국 경제를 지속 발전시키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민생대책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서비스업 육성은 진보정부 때부터 강조해온 것이고, 안전산업은 세월호 사태 이후 시급성이 인정된 분야며, 창조산업은 세계 기술산업의 변화 흐름에 낙오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부건 힘써 투자해야 할 대상이다. 더욱이 투자를 위한 입법지원은 여야 모든 정파에 이익이 될 수 있다. 법제도 개선에 의한 투자증가가 가져오는 경제실익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까닭이다. 따라서 투자활성화 입법을 거부하는 것은 미래 국가운영에 대한 의지와 자신이 없는 것이라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투자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yabraham1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