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카톡까톡] 현대차의 '신차 전략', 기획부터 바꿔라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활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자동차 산업의 이야기(카톡)를 까놓고 얘기할 수 있는(까톡)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김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의 신차 실험이 고전하고 있다. 2008년 제네시스 등장 이후에 나온 신차(i40, 벨로스터, 아슬란 등)가 잇따라 부진하면서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새로 개발한 신무기가 효력이 없자 현대차 내부적으로 신차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선 '프리미엄 중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i40 승용은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못한 '높은 가격'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i40는 쏘나타 보다 비싼 가격에 나왔다. 아반떼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쏘나타보다 작은 차를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길 주저했다. 만일 쏘나타와 비슷하거나 싸게 나왔다면 반응이 좋았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현대차가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그랜저 윗급' 아슬란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예전에도 고급스럽게 꾸민 상위 모델을 내놨으나 고객 반응이 저조해 단종 절차를 밟은 적이 있다. '그랜저 고급형' 다이너스티, '옵티마 고급형' 리갈, '쏘나타 고급형' 마르샤 등이 대표적이다. '고급형 그랜저'로 분류된 아슬란도 애초 성공 가능성이 낮았다.박재용 자동차 평론가는 "포지션이 겹치는 신차종 개발보단 같은 모델 내의 다양한 '가지치기' 상품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굳이 동일한 차급에서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새로운 차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근 현대차는 잘 팔리는 차종의 '엔진(심장) 다양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베스트셀링카 쏘나타의 엔진에 1.6 터보, 1.7 디젤 등을 추가해 7가지로 늘렸다. 기아차도 신형 K5를 내놓으면서 엔진 구성을 동일하게 했다.

현대차의 7개 심장 전략은 사실 뒤늦은 감이 없진 않다. 르노삼성차 등 경쟁 업체들이 이미 도입한 사례다. 소비자들 시선에선 식상하게 보여질 수 있다. 디젤차 대응도 시기적으로 늦어 안방을 외국 업체에 상당부분 넘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물론 세계 5위 자동차그룹으로 급성장한 현대·기아차는 국내보단 해외 시장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대수(800만대 규모)의 14%(115만대)만이 내수 시장에서 팔렸다. 우리나라 소비자 입맛보단 해외 맞춤형 전략차종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은 최대 시장이던 중국과 미국에서도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엔저 지속과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수익성 악화,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로컬 업체들의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선 유가 하락에 현대차가 아직 진출하지 못한 픽업트럭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곳곳에 꼼꼼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 토종차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저가형 SUV'를 내놔야 하고, 미국에선 현재 검토 중인 픽업트럭을 신속히 만들어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성능 고연비 차량의 부재 또한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갈아타는 배경이다. 고성능은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력을 상징한다. 고성능차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로 고연비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궁극적인 완성은 제품 경쟁력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면 지갑을 열게 돼 있다. 누구나 타고 싶은 '매력 있는' 자동차 브랜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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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