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총 D-7] 국민연금 찬성해도 부동표 30%…삼성, 15% 더 얻어야 합병 성사

한경, 주총 참석률 80% 전제로 판세 분석

국내, 일성신약 빼고 대부분 삼성에 우호적
해외주주들은 일부 빼고 엘리엇에 기운 듯
국민연금, 10일 투자위원회서 결론 낼 수도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은 9일로 예정된 투자위원회를 연기한 채 찬반을 저울질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9일로 예정했던 투자위원회 개최를 연기했다. 합병 찬반 여부를 자체 결정할지, SK(주)와 SK C&C 간 합병 사례처럼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떠넘길지를 놓고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투자위원회는 10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한 양사의 주요 주주다.

주총 참석률 80% 넘을 수도9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물산의 국내외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할 경우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삼성 측 우호지분은 53% 선으로 파악됐다. 현행 상법상 합병안을 처리하는 주총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주주 3분의 2, 전체 주주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은 그동안 60% 안팎이었으나 이번 합병안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감안할 때 70% 이상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SK 합병안 표결 때 참석률이 81%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 주총 참석률도 80% 안팎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측이다.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삼성물산이 확보해야 하는 표는 늘어난다. 주총 참석률이 70%면 총 주주의 47%, 80%면 53% 이상이 찬성해야 합병안이 통과된다.

현재로선 국민연금이 찬성한다고 해도 합병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여건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이 상당수 반대 의견을 낼 전망인 데다 아직 찬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국내 기관투자가도 많기 때문이다.결국 5 대 5의 팽팽한 승부

삼성은 우선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등 특수관계인 지분 13.82%와 ‘백기사’ KCC 지분 5.96% 등 19.78%를 확실한 찬성표로 확보해놓고 있다. 이에 더해 교보악사자산운용(0.29%) 등 현재까지 찬성 의견을 낸 국내외 주주를 합치면 삼성물산의 우군은 27.13%다. 주총 참석률을 80%로 예상할 경우 삼성이 필요로 하는 지분 53% 가운데 26%가량을 더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확보해도 1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지분율은 현재까지 엘리엇(7.12%)을 비롯해 11.62%로 파악된다. 엘리엇의 동조세력으로 알려진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털(2.2%), 최근 합병 반대 의견을 낸 일성신약(2.2%)과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0.21%) 지분을 포함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삼성처럼 약 30%에 달하는 부동표의 절반을 가져와야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하는 것을 전제로 삼성이나 엘리엇 모두 부동표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외국인도 상당수 찬성 가능성

삼성물산은 부동표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은 대부분 엘리엇과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의견을 따라 대체로 합병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찬성표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최근 유럽에서 약 1% 지분을 보유한 아부다비투자청 관계자들을 만나 합병에 찬성할 것을 요청했다.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요구했던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3.1%)과 싱가포르투자청(1.5%) 등도 최근 주주친화책이 발표된 만큼 찬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연기금(0.3%) 역시 그동안 반대 의견을 냈으나 지난 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담당자를 만나 설득한 것이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물산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대부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물산만 놓고 보면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과 합병이 이뤄져야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임도원/좌동욱/허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