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뚝심'·정몽규·이부진 '합심' 면세점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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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따낸 HDC신라·한화…면세점시장 격변 예고올 상반기 재계 최대 이슈인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승자가 됐다.
호텔신라 "면세점 시장 1위 발판 마련"
한화 4번째 승전보…"유통 빅3 따라잡겠다"
서울에 9개 면세점…年 10兆 시장 대격전
두 회사의 면세점이 각각 용산과 여의도에 들어서게 됨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있는 명동 위주에서 ‘명동~용산~여의도’를 잇는 3대 축으로 형성될 전망이다.중견·중소기업 경쟁에서는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이 14 대 1의 바늘구멍을 뚫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는 종전 6개사에서 9개사로 늘어났다. 향후 연 10조원대로 예상되는 면세점시장을 둘러싼 양보 없는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HDC신라, 최대 도심형 면세점
HDC 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냄에 따라 호텔신라는 면세점업계 선두를 넘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 47%, 신라 31%다. 호텔신라는 여기에 동화면세점 지분 19.9%와 HDC신라면세점 지분 50%를 갖고 있어 실제 점유율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호텔신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 ‘DF(듀티 프리)랜드’를 앞세워 롯데를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총면적 6만5000㎡의 DF랜드는 면세점(2만7400㎡) 및 부대시설(3만7600㎡)로 구성된다. 400여개 브랜드로 면세점을 채우고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류 공연장, 버스 400여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차장 등도 마련한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와 손을 잡은 정몽규 회장의 현대산업개발은 유통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게 됐다. 매해 두 자릿수 성장하는 면세점을 새 먹거리로 확보한 것은 물론 면세점이 들어서는 아이파크몰 활성화도 꾀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면세점 동맹을 맺음으로써 나홀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매출은 두 배, 영업이익은 3%포인트가량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은 후 연합전선 구축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창훈·한인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면세점을 만들어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과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화, 그룹의 신성장동력 확보“서비스부문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달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제시한 화두를 현실화했다. 지난해 제주 공항면세점에 이어 서울 시내면세점까지 따내 면세점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을 챙기기 시작한 뒤 삼성과 석유화학·방위산업 4개사 빅딜, 이라크 신도시 인프라 수주,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수주에 이은 네 번째 쾌거로 평가받는다.
면세점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빛 색상의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마련한다. 한화는 여의도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강 유람선 선착장, 국회의사당, IFC몰, 수산시장 등 주변 관광시설과 63빌딩 내 전망대·수족관·뮤지엄 등을 엮어 하나의 ‘관광 목걸이’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장 3층은 통째로 중견·중소기업 전용관 ‘케이 스페셜 홀’로 꾸미고, 4층에는 복합 미디어 카페 ‘류(RUE)’를 마련하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김 회장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소식을 들은 후 “고생 많았다”고 격려한 뒤 “계획한 대로 잘 준비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라”고 말했다.한편 서울 지역 중견·중소 경쟁에서는 SM면세점이 ‘황금티켓’을 손에 넣었다.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에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제주관광공사가 선정됐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