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수서역세권 개발 위해 역 주변 그린벨트 연내 먼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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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발 청사진 제시한 박원순 시장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강남 국제복합교류지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빌딩 등 서울의 굵직한 개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앞으로는 경제가 서울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 재생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역세권 개발, 컨벤션 비율 조정해 사업성 높일 것
상암동 랜드마크 부지 연내 매각…中 녹지그룹 관심
서울의 미래는 R&D 도시…대학 연계해 기업 유치
만난 사람=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에 몇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고 봅니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우리 사회의 화두입니다. 정부 당국이든 시민이든 메르스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잘 알아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정부와 행정기관이 주도하기보다 집단지성과 시민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처음엔 정부와 조금 생각이 달랐지만 잘 협력해서 메르스를 퇴치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일각에서 재난병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정확한 지적입니다.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전국에 최소한 대여섯 개는 필요하죠. 평소 일반 병원으로 활용하다가 유사시엔 전문 감염병원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일반 병원이 안전해집니다. 서울시도 산하 인재개발원을 평소엔 숙박시설로 쓰다가 이번처럼 유사시엔 전문 격리시설로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 1년간 시정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2011년 취임 후 4년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선 서울시 복지예산을 2조원가량 늘렸습니다. 서울시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34%로 높아졌어요. 두 번째로 관광도시 서울 정책을 통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1200만명까지 늘었습니다. 메르스 때문에 줄었는데,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에 가서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직접 춤을 추는 이벤트나 한류 스타들과 같이 가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세 번째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등을 통해 서울을 보행친화 도시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은 민생경제와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구체적인 R&D 육성 방안은 무엇입니까.
“서울은 R&D 도시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부동산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투자했는데, 그룹 회장이 직원 뽑기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했어요. 하지만 서울에는 60여개 대학에서 교육해내는 우수한 인재가 있습니다. 강남 양재·우면동 일대를 R&D 지구로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주변 삼성, LG, KT, 현대·기아차 연구시설과 연계하면 대규모 R&D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상암동 랜드마크 빌딩 건립 계획은 올해 안에 마무리합니까.“하반기에 상암DMC 랜드마크 부지를 매각할 것입니다. 녹지그룹과 지난해 말 양해각서(MOU)를 맺긴 했지만…. 무조건 녹지그룹에만 팔 수 없으니 공모해서 공개 입찰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녹지그룹 회장의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개발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요.”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을 보행친화 도시의 관점에서만 봤어요.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이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는데 새로운 발견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서부 쪽은 완전히 미개발 상태예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철도로 곧바로 오는데도 여전히 서울역 배후지역은 시골이나 동남아시아 도시 같은 허름한 분위기죠. 중림동, 청파동, 만리동, 공덕동 일대는 1970년대 이후 변화 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역 서부지역 대개발이 일어날 것입니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하반기에 민간 사업자를 재공모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코레일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 중이지만 아무래도 민간 사업자를 위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번에 역세권 사업이 무산된 것도 (한화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만큼 사업성을 확보해줄 계획입니다. 당초 서울시는 이곳을 MICE(기업회의·관광·컨벤션·전시)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컨벤션 시설을 강조했는데,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을 위해 컨벤션 시설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정부가 수서역 일대 개발을 위해 주변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혔는데요.
“수서역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1단계 개발계획은 서울시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이 일대 모든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우선 1단계 개발사업을 먼저 하고, 나중에 단계적으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수서역 개발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의견을 같이했어요.”
▷현대차 공공기여금 문제를 놓고 강남구와 갈등이 여전합니다.
“강남구와는 시끄러울 일도 없고 다툴 일도 없는데, 강남구에서 먼저 싸움을…. 현대차가 옛 한전부지 개발을 통해 내는 공공기여금은 물론 강남구에 많이 쓰일 것입니다. 하지만 탄천 등 인근 지역에도 당연히 공공기여금을 써야죠. 강남구민들도 강남구 경계를 확인해서 이곳에만 쓰라고 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 서울시민인데, 이 돈을 강남구에만 쓰라고 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습니다.”
▷옛 한전부지 개발은 어떻게 합니까.
“이곳의 정체성은 고층건물이에요. 최고로 현대화된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최소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보다는 나아야 하죠. 내년에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민자를 유치할 것입니다. 동시에 인근 탄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올림픽대로와 탄천 도로를 모두 지하화한 뒤 상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것입니다.”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 20년이 됩니다.“20년 동안 시행착오와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역량도 쌓였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신뢰하고 권한을 많이 줘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허점이 너무 많아요. 지방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정책에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주민의 삶과 관계있는 것들은 지방정부가 기획하고 추진해야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리=강경민/사진=김병언 기자 kkm1026@hankyung.com